'상스럽다'는 말을 가만히 풀어보면
'상(常)'과 '스럽다'가 만난 말
'상'은 원래 보통, 평범하다는 뜻
'상놈' 역시 처음에는
평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양반이 아닌, 보통 사람이라는 뜻
그런데 '보통'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부터 욕이 되었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많은 상민이 노비로 떨어졌고
많은 노비는 돈과 혼인으로
상민이 되고 양반이 되었다.
신분의 경계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다급하게
새로운 경계선을 그으려 했다.
누구나 양반이 될 수 있게 되자
'상놈'이라는 말은
더는 신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교양과 품위를 가르는 말이 되었다.
못 배운 티를 내는 말
거칠게 구는 태도
모든 것이 '상스럽다'는
한 낱말 안에 담겼다.
경계는 사라졌지만
경계를 긋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마음이 낱말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니 '상스럽다'는 말은
본래 누군가를 가리키던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리키고 싶은 마음이
빌려 쓴 말이었다.
신분이 사라진 자리에
말투가 새로운 신분이 되었다.
말을 가다듬은 사람은 품위를 얻었고
말을 가다듬지 못한 사람은
'상스럽다'는 낙인을 얻었다.
누군가의 말투를 듣고
나도 모르게 거리를 잰 적이 있다.
거리를 재는 마음이
오래전 '상(常)'이라는 낱말에
처음 금을 그었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보통이라는 말은
원래 죄가 아니었다.
누군가 그 말에
담장을 두르기 전까지는
은파랑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