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내가 해주면 되는데

by서재원

“은서야, 내가 못 찾으면?”

“내가 고쳐야지.”


토요일 오후, 은서는 새 노트북을 민재 쪽으로 밀었다.

지난번 보여줬던 배송조회 화면이었다. 민재가 사준 노트북에서는 파일이 금방 열렸다.


“설명하지 말고 어디서 막히는지 보래. 그러니까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해봐.”

“잘하려고 하면 안 되겠네.”

“평소처럼 해.”


민재가 웃으며 의자를 당겼다.

은서는 화면 옆에 빈 종이를 놓고 펜을 들었다.


배송조회 아래에 문의 버튼이 붙어 있었다.

지난번 민재가 옮겨보라고 했던 자리였다.

민재는 망설이지 않고 그쪽을 짚었다.


“다른 사람한테도 해봤어. 이번에는 바로 찾더라.”

“그럼 내 말이 맞았네.”

“일단은.”


은서가 웃으며 다음 화면을 열었다.

종이에는 방금 민재가 찾는 데 걸린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 단체방이었다. 성호가 우주항공 부품주가 올랐다는 기사를 보냈다.

사진에는 발사체가 있었다.

제목에는 처음 보는 회사 이름이 붙어 있었다.


도원에어로.


“여기서 주문번호를 모르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민재는 기사를 닫았다.

“어디?”

“이 화면.”


은서가 손가락으로 짚어줬다.

민재는 화면을 살피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땐 뭘 눌러?”

은서는 대답하려다 웃었다.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니까.”

민재도 웃었다.

은서는 펜을 들고 기다렸다.


카페를 나와 은서를 데려다준 뒤, 주차장에서 회사 이름을 다시 검색했다.

산업용 정밀부품을 만들다가 위성 부품으로 사업을 넓힌 작은 상장사였다. 최근 실적은 적자였다. 해외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했고, 양산 여부를 결정할 평가가 남아 있었다.


고객사는 민재도 이름을 아는 회사였다.

기사 제목에는 ‘해외 진출’이 크게 들어갔다. 본문 아래쪽에는 공급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민재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이미 계약까지 끝났다면 이 가격에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월요일, 성호에게 그 주식을 샀느냐고 물었다.

그냥 기사가 떠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민재는 점심시간에 공시를 더 읽었다.

오후에는 메모를 만들었다.


도원에어로.

최대 500.

양산 평가 일정 확인.


500만 원어치를 샀다.

노트북을 사주고 남은 자기 돈이었다.

잔금 계좌는 열어보지도 않았다.


이틀 뒤 수익이 붙었다.

그날 저녁 은서가 과제를 하던 카페로 갔다. 민재는 자리에 앉자마자 계좌를 보여줬다.


“이번에는 다른 거 샀어.”

“레버리지?”

“아니. 그냥 주식.”


은서가 회사 이름을 읽었다.

“뭐 하는 덴데?”

“위성 부품. 해외 회사에 납품하려고 시험 중이래.”

“돈은 잘 벌어?”

“아직 적자인데, 계약 나오면 달라지겠지.”

“얼마 넣었어?”

“오백. 여기.”

민재가 매수금액을 짚었다.


“잔금 치를 때까지만 좀 조심해.”

“알아. 이번에도 최대로 매수할 금액 정했어.”

“당신도 이번에 처음 안 회사라며.”

“그래서 찾아봤잖아.”

“찾아봤다고 다 아는 건 아니잖아.”


민재가 웃었다.

“지난번에도 걱정했잖아.”

은서는 웃지 않았다.


“그때 잘됐으니까 이번엔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뜻은 아니고.”


민재의 시선이 테이블 위 노트북에 잠깐 머물렀다.

“그렇게 위험하게만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은서도 노트북을 봤다.

“이거 사준 건 고마워.”

“그 얘기가 아니라.”

“알아. 근데 그거랑 지금 걱정하는 건 다른 얘기잖아.”


민재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거랑은 상관없어. 미안.”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재는 커피를 마셨다. 사준 물건을 잠깐 본 것뿐인데, 꼭 그걸 내세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잠시 뒤 은서가 교육과정 안내를 열었다.

주말반 다음 단계는 평일 집중과정이었다.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듣기는 어려웠다.


“결혼하고 일 년쯤 지나면 여섯 달 쉴 돈 모을 수 있을까?”

민재가 계산기를 켰다.

은서가 덧붙였다.


“월급에서 모으는 걸로. 주식 잘되면, 이런 거 빼고.”

“그럼 시간이 더 걸리지.”

“그래도 언제쯤인지 알고 싶어서.”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넣었다. 결혼하면 안 들어갈 줄 알았던 돈도 있었고, 새로 나갈 돈도 있었다.

남는 금액은 생각보다 적었다.


“일 년은 좀 빠듯하네.”

“그럼 얼마씩 모아야 되는지부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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