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능선에서 만난 사랑과 다시 시작할 용기
“사람은 그렇게 어버이를 닮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상 : 지리산 바래봉 1165m
출발 : 팔랑마을
거리 : 약 7.8km
주제 : 어버이 사랑과 새 출발
산행일 : 2026. 5. 9.
01. 뒤늦게 피어나는 감사와 사랑
“그 길을 걷노라면 마치 어버이 품속을 걷는 듯 포근하다.”
팔랑치의 철쭉 능선은 붉은 숨결로 봄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 따스한 풍경 앞에서 떠나는 순간까지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하셨던 어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모진 세월의 무게는 당신들이 지고 자식에게는 꽃길만 내어 주셨다.
“살아생전 미처 다 전하지 못한 감사와 사랑이 세월을 건너 이제야 가슴 깊은 곳에서 저릿하게 피어난다.”
좋은 것을 보아도, 맛난 것을 마주해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어버이다. 철쭉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미처 전하지 못한 그리움과 감사가 바람결에 실려 어버이 계신 곳까지 닿기를 바라며 천천히 걸었다.
02. 산은 다시 한 걸음을 권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지금도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푸르고 청량한 능선에 서자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설렘과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되살아났다. 산은 익숙함의 뒤편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담담히 한 걸음 내딛으라고 등을 밀었다.
“사람은 세상을 내려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장대한 지리산 능선을 바라볼수록 마음의 거친 결은 서서히 다독여졌다. 높은 곳에 서니 욕심은 작아지고 걱정은 가벼워졌다. 자연의 깊이는 오래 바라볼수록 더 깊어졌고, 나는 그 앞에서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살폈다.
03. 같은 길도 다른 빛으로 다가온다
“분명 같은 길인데도, 돌아보는 마음에 따라 풍경은 전혀 다른 빛을 띤다.”
하산길에서는 올라올 때보다 꽃빛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철쭉 사이를 스치는 바람과 억새의 잔재까지 한 폭의 풍경이 되었다. 힘겨웠던 날들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돌아보면 그 안에서 행복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바래봉의 철쭉은 긴 겨울의 매서운 바람과 척박한 능선을 견딘 끝에 피어난 꽃이다. 사람도 시린 시간을 통과하며 자기만의 꽃을 피운다. 산에서 배운 마음을 일상까지 가져오는 것, 그것이 진짜 산행공부임을 되새긴다.
산이 남긴 질문
나는 사랑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시작할 용기를 너무 늦었다며 접어두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