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상대는 얼마나 다른가
반면교사. '반대의 면을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뜻으로, 상대의 잘못이나 나쁜 면을 보고 자신은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가르침을 얻었을 때 쓰는 말이다. 아마 내 삶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말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가진 가치관들 대부분이 직접 경험한 것들보다, 반면교사 삼아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화가 나도 큰 소리를 치지 않는 것, 나도 잘하지 못하는 걸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회사에선 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 등 곁에서 바라본 타인의 부정적인 모습들은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만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거리에 서서 서로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싸우는 커플 또는 부부를 종종 본 적이 있다. 개중엔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볼 정도로 큰 목소리로 상대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애정이 없으면 싸움도 없다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싸우고 난 후에 전과 똑같이 상대를 대할 자신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싸움의 이유에 따라 크게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낼 정도의 이유라면 나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단 관계의 지속 유무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상대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는 이유로 그 정도로 내가 화를 내야 한다면 둘 중 하나다. 나의 감정 조절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상대의 행동에 큰 잘못이 있거나. 둘 중 어떤 것이라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낼 필요까진 없지 않은가.
어렸을 때부터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할까',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뭘까', '어떤 부분이 그렇게까지 서운하고 화가 나는 걸까' 그렇게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사람들에겐 비슷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문제의 '본질'보다 '겉'에만 집착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남자친구의 연락문제로 여자친구가 서운해한다고 해보자. 그럼 서로 대화해야 하는 건 "어떻게 해야 연락문제로 다투지 않을까"이다. 그런데 자주 다투는 커플들은 연락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자는 연락 외에도 자신을 서운하게 만드는 것들을 계속해서 얘기하고, 남자 또한 그것이 문제란 걸 인정하지 않고 여자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툼이 아니라, 그저 다투는 것에 시간을 허비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내와 다툴 때, 본질만 얘기하지 못할 때도 있다. 과하게 내게 뭐라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재빨리 방패를 든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어필하기도 하고, 조금 치사하지만 '그러는 당신도'라며 창을 꺼내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다툼이 길어지려고 하기 전, 둘 중 한 명이 그것을 멈춘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라거나 "그건 그거고 지금 이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식으로 불필요한 언쟁을 중단한다. 이런 서로의 노력 덕분에 결혼한 지 3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까지, 크게 싸우거나 하루가 넘게 다툰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노력만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절반만 맞는 얘기다. 서로 다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애초에 다툴 일이 적은 사람과 연애를 해야 결혼 후에도 덜 다투고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바뀐다'라는 생각은 행복한 연애와 결혼에 굉장히 위험한 영향을 미친다. 본인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도 상대가 바뀌지 않으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오롯이 상대의 잘못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연애든, 결혼이든 결정은 자신이 한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솔직히 나는 이 말을 별로 믿지 않는 편이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사람의 성향이란 건 은연중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몰랐던 게 아니라 '모른척하고 싶었다'에 가까울 것이고, 설령 정말 몰랐다고 해도 평생 함께 할 짝을 고르기 전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 연예인을 포함해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을 보면 결혼할 상대의 언행에 수상한 부분들이 드러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신호를 모른 체한다. 사랑에 눈이 멀어서일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도 결혼을 코앞에 두고 파혼을 택한다는 건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그들은 결혼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몇일만에 그들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곤 한다.
행복한 연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이것만큼은 기억했으면 한다. 첫 번째, 상대의 단점을 내가 얼마나 품어줄 수 있는가. 사람은 좋을 땐 누구나 좋고, 누구와도 잘 맞는다. 평생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선 좋은 것들이 잘 맞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것들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두 번째, '왜'보다 '어떻게'를 생각하라. '쟤는 왜 저래!'라고 생각하면 서로가 스트레스를 받을 일밖에 없다. 다툴 때도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은 끝없는 다툼의 연속이 될 뿐이다. 애초에 자신이 납득이 될만한 이유를 말할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지, 싸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란 걸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 애초에 다툴 일이 적은 사람을 만나라. 서로 맞춰나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맞춰나갈 게 많으면 아무리 사랑해도 지칠 수밖에 없다. 연애할 때 힘들면 결혼 후 그보다 몇 배의 힘듦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너무 달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양보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서로가 생각한다면 그나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힘든 일상을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바카라임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결혼은 너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믿어줄 수 있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대가 당신을 믿어주길 바라기 전, 당신은 상대를 얼마나 믿어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