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전부 내 맘 같지 않기에

그럼에도 너와 내가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

by쏘작가


세상이 전부 내 맘 같지 않기에
그 노력이 더 빛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유난히 힘들고 버거웠던 한 해.

돌아보면 웃었던 날보다
마음 졸이며 보냈던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잊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쉽게 잊히지 않을 시간.

어쩌면 너와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붙잡고
열심히 버텨낸 시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믿었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그 진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면

언젠가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너도 엄마도
그렇게 믿으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했던 것만큼 녹록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사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았고,

진심을 다해 설명한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과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언제나 같지는 않다는 것을

엄마는 이번에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엄마는 네 진실과 진심을 안다.

네가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했는지,
무엇을 인정했고,
무엇만큼은 억울해했는지.

그 시간을 곁에서 지켜본 엄마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말과
복잡하게 얽힌 시간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해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때로는 네가 쓰는 말처럼
세상이 참 '억까' 같기도 했다.

분명 바르게 살아가라고 가르쳤는데
정작 바르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적어도 그 말만큼은
제대로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엄마도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했다.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다시 확인하고,

네가 했던 말들을 되짚으며
놓친 것은 없는지
몇 번이고 살펴보았다.

그렇게 하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엄마는 그 결과가
어른으로서 부끄러웠다.

네게 늘 이야기해 왔던
정직과 바카라임이라는 말이

현실에서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으니까.

아이에게 바르게 살아가라고 말하면서
정작 어른들의 세상은
그 말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 걸까.

그 질문 앞에서
엄마도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네게 세상을 믿지 말라고
가르치고 싶지는 않다.

억울한 일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너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세상은 네 마음처럼
반듯하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때로는 울퉁불퉁한 길을 걷게 되고,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곳에 닿지 못하는 날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네가 배워가는 것들이
결코 아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억울한 마음을 말하는 용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바카라임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엄마는 네가
그런 것들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시간이
너에게 세상은 믿을 수 없는 곳이라는
기억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엄마도 아직은 어렵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면서도
문득 그날의 일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너와 함께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 보려고 한다.


올해의 끝에서
우리가 바라던 답을
모두 얻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너와 나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그 사실만큼은
누구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네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는 날이 오면

힘들었던 기억만큼이나
그 시간을 함께 견뎌낸
우리의 모습도 떠올려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도 서툴렀고
때로는 흔들렸지만,

네 곁에서 끝까지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것을.


세상이 전부 내 맘 같지 않기에

어쩌면 그 안에서
끝까지 지키려 했던 마음과 노력이
더욱 빛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건너,

엄마는 오늘도
네가 지켜온 진심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믿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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