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살고 있는 곳

byGoodmorning

네가 살고 있는 곳이 궁금했다.


AIR MAIL 소인이 찍힌 항공 우편 봉투는 한 달에 한, 두 번 도착했고, 그 안에 빼곡히 적힌 글보다 너의 다급함은 늘 먼저 읽혔다.


열쇠가 없어 집에 못 들어가고 있어.


문을 열 수 없는 집 앞에서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얹고 꼭꼭 눌러써 보낸 편지. 그 봉투 안에는 난처함과 함께 그리움도 따라왔다.



교복을 입고 네가 떠나기 전날 건네준 박스. 그 안엔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의 소품으로 가득했다. 바카라받침, 신문 스크랩, 잡지. 열쇠고리.

박스 안에서는 그 가수가 함박 웃고 있었다.


네가 떠난 학교에서 난 둘이 했던 모든 것을 혼자해야 했다. 매점과 화장실과 하굣길, 하굣길에 멈출 줄 모르던 수다와 웃음은 다른 친구와 나누는 건조한 대화로 바뀌었다.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도 그건 익숙해지지 않았다.


5년의 시간은 우리를 얼마나 변하게 했을까. 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음 한가득 단정한 말들을 준비했다.


다른 기후의 공기를 마시고, 다른 경치를 보며 넌 어떻게 달라졌을지.

네가 보낸 소복한 편지만큼 얼마나 외로웠을지. 물어볼 말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너의 숨이 된 바람을 맞고, 너의 마음이 된 풍경을 함께 하면 서로의 변화에 익숙해지겠지. 오랜 시간의 공백을 훌훌 날려 보낼 수 있겠지.


<플레임 트리 >


네가 사는 풍경엔 태양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플레임 트리(Flame Tree, 대문사진)가 지천이었다. 바다를 호위하 듯 늘어서 있는 열대의 나무들. 난 그 나무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빨강에서.


빨강의 나무들 사이를 지나 걸어 들어간 해변가는 밀가루 같은 고운 가루가 발가락을 감쌌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는 백사장을 걷다 괜한 웃음이 터졌고, 너와 나는 그제야 모래알 수만큼 많은 말들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열대의 어둠이 어깨에 내려앉을 때까지.


네가 살고 있는 곳이 이런 섬이구나.


아름다운 바닷가에 새들이 집을 짓고,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곳.


주렁주렁 달린 푸른 망고를 따서 과도로 삭삭 잘라 빨간 타바스코 소스를 찍어 먹는 곳.


뉘엿뉘엿 해가 내려앉기 시작하면, 모래 위에 작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처음 본 타인들과 둘러앉아 하루를 이야기하는 곳.


한 달을 함께하며 네가 다니는 곳곳에 너와 나의 웃음을 심어 놓았다. 이제 네가 만나는 매일의 풍경 속에 나의 스물이 함께 할 테니, 너의 매일은 더 이상 외롭지 않겠지.

네가 있어 소중한 섬.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섬.

<사이판의 바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