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

by블루문

일요일 오전.

아이는 늦잠을 자고, 나는 햇살에 못 견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습관처럼 하늘을 봤다.

머릿속엔 하늘 참 예쁘다는 말 보다 먼저 '오늘 뭘 해 먹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역시 난 엄마인가 보다.......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시작된 일요일 오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저녁에 사용했던 물컵 몇 개를 설거지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해동시켜 둔 갈치가 두둥! 내가 있잖아!! 하는 것 같다.


평일의 치열함, 정신없음, 숨 가쁨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갈치가 해소시켜 준 끼니 걱정.

끼니 걱정만 없어도 살 것 같은데, 평일엔 늘 종종 거리며 뛰어다니니

밥 차리는 게 왜 이렇게 큰 일인지 모르겠다.


무를 숭덩숭덩 썰고, 양념장을 만들고 있으니 이제야 음악이 귀에 들려오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편안해야 요리가 잘 되는 것인지, 양념장이 유독 맛있다.


무를 냄비에 깔고 양념장을 얹어 보글보글 끓이다가, 잘 씻어서 비늘을 벗긴 갈치를 위에 올리고, 갈치 위에 다시 양념장을 끼얹고 양파와 대파를 위에 올려두고 냄비 뚜껑을 닫았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재료들을 믿으면 될 것이다.


잠시 후, 온 집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해졌다.

난 이 냄새가 너무 좋다. 갈치조림 냄새여도 좋고, 전 부치는 냄새여도 좋고, 된장찌개가 끓는 냄새여도 좋다.

누구는 냄새가 집에 배어 들까 봐 싫다고 하는데, 재료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가 온 집으로 퍼져 나가면 마음이 놓이면서 푸근해진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다는 안도나 위안이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음식이 익길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서점에서 사 온 바카라 한 권을 꺼내 읽는다.

비로소 쉬는 것 같다.




잠시 후 아이의 방 문이 열리며 눈을 채 다 뜨지도 못한 아들이 커다란 덩치를 하고도 아기처럼 엄마에게 다가왔다. 30cm의 몸으로 태어나, 벌써 180cm가 되어 버린 아들.

열두 살에 아빠를 하늘나라에 보내고도 의젓하게 잘 자라 준 아들. 그 아들이 평소 주말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엄마를 찾는다.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

아하! 그래서 일찍 일어난 거구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난 아이가 건넨 이 문장 안에서 아이의 마음이 건강해지는 소리를 듣는다.

학교, 체육관, 학원을 돌며 지쳐버린 아이의 일상이 바쁜 엄마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춰지지 않는 잔소리가 가끔 미안하기도 하고, 평일에 엄마 없는 집에 들어와 혼자 간식을 챙겨 먹고, 다시 학원으로 나가는 아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살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너에게도 이런 치열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늘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하지만 맛있는 냄새 하나에 척박하다 느꼈던 일상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아이의 마음에 좋은 에너지가 전달되어 엄마 곁으로 와 기대는 아들을 보며,

내 영혼이 달래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하는 "엄마, 맛있는 냄새가 나." 이 말이 마치

"엄마, 나 괜찮아."

라는 말로 들리는 것 같다.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자영업자로 살며, 어느 날은 웃고, 어느 날은 울면서 보냈던 시간 안에 내가 없는 건 아닌지 겁이 나기도 했다.

난 어디 있지? 나 왜 이렇고 있지? 내가 원하는 삶은 언제 이루어지지?

불안하고 조바심 나던 시간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던 시간이 오늘이 지나면 다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건넨 그 말, 그 미소로 나를 조이던 모든 것들이 잠시 흩어졌고 시야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낡은 것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이 느껴진다.


무가 부드럽게 익고, 갈치에 양념이 푹 스며들면서 갈치조림이 완성되었다.

예쁜 접시에 옮겨 담고, 새로 한 밥을 밥그릇 가득 푸고 둘이 식탁에 앉아 배가 불룩 나오도록 식사를 했다.


"잘 먹었습니다."

라며 벌떡 일어나 빈 식기를 싱크대에 두고 제 방으로 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고맙다.


충전 완료!!!

내일아, 어서 오너라!!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