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하지 않으면서 잘 의지하는 법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정확히 말하면 친밀하게 지내거나 나와 잘 맞는 친구. 그런 친구가 거의 없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긴 한데, 그중에서도 자발적인 영향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 물론 어딘가에 있는데 아직 못 만났을 수도 있다. 대신 가까이 지내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지금처럼만 같다면 이 사람들은 아마 나의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꽤 오래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데 요즘 들어 작은 문제가 생겼다. 인간관계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마도 독립하고 싶다는 다짐에서 흘러들어온 마음일 테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활적 독립 또는 경제적 독립 같은 것 말고,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의 독립. 그건 사람이 미워서도 지긋지긋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나의 마음은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여기는 쪽으로 훨씬 기울어있다.
그저 내가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거기서부터 오는 든든함이 분명 있다.
내가 말하는 인간관계에서의 독립은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는 것보다는, 내 삶의 최종적인 안전망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 데 훨씬 가깝다.
결국 나를 구원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고 믿는다. '믿는다'라고 하는 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날 잘 모르겠고, 어떨 땐 남들이 나를 더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건데!' 스스로에게 소리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럼에도 그런 내가 나를 1번으로 바카라임져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렇게 믿어본다.
한편으로는 다른 마음도 있다.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고 싶다는 불안에서 기인하는 마음이다.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많이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내 삶에서 사라지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이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살지..?' 싶은 막막함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묻기에는 다행히도 이미 몇 가지를 알고 있다. 바로 그들에게 내 선택과 판단, 그리고 '괜찮아'를 맡기지 않는 것! 특히 마지막의 '괜찮아'를 맡기지 않는 게 요즘 들어 가장 큰 미션처럼 느껴진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나는 곧장 가까운 사람에게 쪼르르 달려간다. 일단 불러놓고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무슨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두루두루 뱉어낸다.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도 있지만 솔직히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 중 대부분은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가 크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상대방은 나의 기나긴 이야기를 다 듣고서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이러이러하니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이내 긴장이 풀리면서도 이내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왜 불편한데? 듣고 싶던 말을 들었잖아."
"괜찮다는 말을 가장 먼저 나에게 해줘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니까. 내가 나를 안심시켜야 하는데 스스로에게는 타인을 대할 때보다 훨씬 엄격해져서 그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아."
그 사람이 그 말을 건네줄 수 없는 상황이면 영영 괜찮지 않게?
그래도 다행이라면, 예전엔 이런 부분을 애초에 자각하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이제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아주 잠깐이라도 혼자서 소화해 보려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 수록 아주 내밀한 생각이나 고민거리는 이제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쏠쏠한 도움이 된다.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다가 캡처해두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콕 박히는 댓글들을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결국 나 자신을 구원할 사람은 나를 가장 잘 아는 나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게 나에게 정답이다.
앞으로도 좋은 일이던 안 좋은 일이든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쪼르르 달려가 얘기를 전할 것 같다. 그건 아마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나의 낙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다. 다만 그전에 한 번쯤은 나에게 먼저 묻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콕 집어 '그 사람'이 해주는 위로와 응원 내지는 조언의 한 마디가 필요한 거야, 아니면 그저 그 사람의 '괜찮아'로 안심을 얻고 싶은 거야?"
후자라면 그 말을 가장 먼저 해주는 사람은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