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나도 몰랐다, 그래서 AI한테 물어봤다

byTrueVoice

1화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API가 뭔지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은 아닌데, 그때는 좀 부끄러웠다. 개발자들은 이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설명하는 글에도 '아시다시피' 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몰랐다. 아시지 않았다.
그런데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내 주변에는 물어볼 개발자가 없다. 같은 팀에도, 친구들 중에도 없다. 그래서 AI에게 물었다. 오늘은 그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적는다.


첫 질문은 '모른다'였다


나는 이렇게 시작했다.


나: API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개발자가 아닌 사람한테 설명하듯이 말해줘.


AI의 답은 식당 비유였다. 손님이 주방에 직접 들어가서 요리사에게 주문하지 않는다. 웨이터에게 말하고, 웨이터가 주방과 이야기해서 음식을 가져온다. API는 프로그램들 사이의 웨이터 같은 것이다. 한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에게 정해진 방식으로 부탁하고 결과를 받아오는 창구.
여기까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설명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 질문이었다.


나: 내가 하려는 건 엑셀 자료를 넣으면 분석 화면을 보여주는 파일 하나야. 이것도 API가 필요해?


이 질문을 하고 나서야 설명이 내 일 쪽으로 넘어왔다. AI는 이렇게 답했다. 파일 하나로 끝나는 작업이라면 필요하지 않다. 외부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가져오거나, 프로그램 안에 AI를 넣으려는 경우에 필요해진다.
내가 하려는 일에는 필요 없다는 답을 듣고 나서 한참 웃었다. 그렇게 모르는 단어 앞에서 쩔쩔맸는데, 지금 당장은 몰라도 되는 단어였다.


모르는 단어가 또 나왔다


설명 중간에 API 키, 서버, 배포 같은 단어가 또 나왔다. 이럴 때 예전에는 검색창을 열었다. 이번에는 그냥 되물었다.


나: 방금 설명에서 모르는 단어가 세 개 있어. API 키, 서버, 배포가 뭔지 각각 한 줄로 알려줘.


API 키는 출입증 같은 것이고, 서버는 계속 켜져 있는 컴퓨터이고, 배포는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쓸 수 있게 올려 두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줄씩이라 머리에 들어왔다.


쉬운 설명이 중요한 걸 뺄 때


쉬운 설명에는 단점이 있다. 쉬우려고 하다 보면 중요한 걸 덜어낼 때가 있다. 나는 한참 지나서야 이걸 알았고, 그 뒤로는 이런 질문을 붙인다.


나: 방금 설명에서 쉽게 하려고 일부러 빼먹은 중요한 건 뭐야?


이 질문을 하면 처음 설명에서 빠진 내용이 따라 나온다. 처음 설명으로 큰 그림을 잡고, 이 질문으로 빠진 부분을 채운다. 비개발자인 나에게는 이 순서가 맞았다.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항상 묻는 게 있다.


나: 그럼 나는 지금 뭘 하면 돼? 순서대로 알려줘.


개념을 이해하고 나서도 손이 안 움직이는 이유는 순서를 모르기 때문이다. 순서를 받으면 첫 단계는 대개 작다. 파일을 하나 만든다, 이 화면을 연다, 이 글자를 붙여 넣는다. 첫 단계를 해 보면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보인다.


정리하면 질문은 다섯 개였다


나는 이 대화를 한 번에 한 게 아니다. 모를 때마다 같은 흐름으로 물었다. 정리하면 다섯 개다.
첫째, 이게 뭐야. 개발자가 아닌 사람한테 설명하듯이 말해 달라고 한다.
둘째, 내가 하려는 일에 필요해. 내 상황을 한 줄로 말하고 필요한지 묻는다.
셋째, 모르는 단어가 있어. 설명에서 나온 단어를 되묻는다.
넷째, 쉽게 하려고 빼먹은 건 뭐야. 빠진 걸 채운다.
다섯째, 지금 뭘 하면 돼. 순서를 받는다.
막혔을 때는 하나가 더 있다. 막힌 화면이나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 설명하지 말고 그냥 붙인다. 개발자가 아닌 나는 에러 메시지를 잘 읽지 못하지만, AI는 읽을 수 있다.


막힌 것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AI가 해 준 설명이 맞는지 틀리는지 내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유는 그럴듯한데 정확한지는 모른다. 이 문제는 다음에 이야기할 주제인 'AI가 틀리면 어떡해요?'와 이어진다.
그래도 모르는 채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 모른다고 말하는 건 AI 앞에서는 창피한 일이 아니다. AI는 몇 번을 되물어도 짜증 내지 않는다.


오늘 AI에게 모른다고 말해 보시겠어요? 어떤 단어든 좋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질문을 어떻게 구조화하면 AI가 더 잘 알아듣는지, 제 방식을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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