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있을 건 다 있는 세상
기차에 올라타는 순간 우리는 마치 큰 거인이 된 것 같았다.
내가 내디딘 발 한걸음에 세상이 부서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오묘한 느낌.
새로운 세상을 정복했을 때 이런 기분일까?
지난 일요일 아이들과 동네에 있는 큰 공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전부터 소문으로만 듣던 미니 트레인을 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미 백 년도 더 전에 다녔던 증기기관차를 눈으로 보고 직접 타보기까지 한 우리 가족에게 증기 기관차는 새로울 건 없었다.
하지만 미니미라면? 마치 장난감 자동차처럼 사이즈가 쪼그라든 기차라면?
충분히 상상도 가능했지만 직접 타보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알 수 없지~
사실 너무너무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내가 해를 못 보는 드라큘라가 되어버린 바람에 미뤄지고 또 미뤄져서 이제야 가게 되었다.
티켓을 끊고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꼬리를 찾았다.
여기다! 드디어 꼬리를 찾아낸 우리는 거기서부터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기차 종류는 다양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여기도 기차 세상이었다.
증기 기관차, 디젤기차, 전기기차,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올 법한 기차까지 모두.
제대로 만들어진 역에서 우리는 탑승했고, 교차로를 지나고 다리도 지났다. 중간에 고장이 나서 멈춰버린 기차도 만났고, 고장 난 기차를 구해주러 달려온 구조기차도 만났다.
내가 거인이 되어보니 조금 특별해 보였던 세상은 사실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키가 큰 사람도, 색이 다른 사람도, 증기 기관차처럼 보이지만 실은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 기차도, 성이 다른 사람도, 정체성이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도 모두 한 세상에 살고 있었다.
여기 기차 세상도,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지금 이곳도, 모두 그저 다를 뿐 같은 세상이었다.
나는 멋진 증기를 내뿜으며 힘차게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되고 싶었지만 더 발전된 세상에 태어나서 배터리를 장착하고 더 빠르게 달리는 기차가 될 수도 있고, 또는 그 반대 일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특별해도 트랙 위가 아니면 그저 탈선한 기차일 뿐이다. 트랙 위에서는 모두 똑같이 기차였다. 너도 나도. 그저 생김새만 다를 뿐 같은 기차였다.
세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살고 싶다.
작은 기차에 탄 나는 뜬금없이 큰 거인이 되었고, 거인이 된 나는 왠지 이런 꿈을 꾸고 싶었던 것 같다.
21.10.2026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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