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치 부모는 왜 이렇게 매사에 진심
"공룡이 살고 있는 시대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졌어요. 이제 지구가 들썩들썩하더니 화산이 폭발하고 여기저기 불타고 있어요. 아이쿠! 공룡들이 모두 쓰러지고 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나고 땅속에 모두 묻혀버렸어요. 이제 공룡들은 화석이 되었네요. 자~ 고고학자님들 이제 공룡 화석을 발굴해볼까요?"
열정적인 남편의 연설이었다.
1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초등 2학년까지 기차 사랑에 빠졌었다면 2호는 다르다.
2호는 으르렁대는 야생마처럼 여기저기 날뛰는 성격이라 그런지 어릴 때부터 킨디 다니는 현재까지 한결같이 '내 사랑 공룡'이다.
며칠 전, 2호가 공룡들을 가지고 놀다가 아빠에게 뛰어갔다.
"나 공룡뼈 발굴하고 싶어. 모래에서. 이렇게 이렇게 묻어 놓고 내가 찾아내는 거야. 진짜 박사처럼."
어디서 유튜브를 본 것은 있어서 자기가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집에 있는 공룡뼈들을 모아 주말에 모래 놀이가 있는 공원으로 놀러 가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주말은 얼마나 빨리 오는지... 남편은 주말이 오기 전 회사에서 쓰고 있는 3D 프린터를 가지고 공룡뼈를 만들어보겠다 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빠! 우리 내일 모래 있는 놀이터 가는 거지? 맞지?"
토요일, 한글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2호가 차 안에서 물었다.
"어? 어! 그럼 그럼. 가야지"
아뿔싸. 남편 발등에 불 떨어졌다. 그날 저녁 남편은 컴퓨터를 붙들고 밤새 공룡뼈가 만들어지도록 마법을 부려놓은 후 잠이 들었다.
드디어 다음날,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향했다. 예전에는 어딜 가도 모래가 있는 놀이터였는데 왜 막상 찾으면 없는 건지 의아해하며 간신히 찾아낸 놀이터였다.
도착하자마자 신이 난 아이들을 아빠가 공룡뼈를 숨기는 시간마저 궁금해서 안 달나 했다.
"자~ 이제 시작!" 아빠가 외치는 순간~ 기다렸던 먹이를 노리는 티라노처럼 아이들은 발광했다. 6살과 9살 형제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반면에 진짜 고고학자들이 발굴하는 것처럼 저 섬세한 브러쉬질은 어디서 나온 건지.
그날 아이들은 티라노 사우르스, 알로 사우르스, 모사 사우르스, 크라켄과 심지어는 사람 뼈까지 발굴해 냈다. (이는 자고로 진짜 남편의 공이다!!)
아이들 놀이에 신난 아빠의 공으로 잠깐이지만 진짜 고고학자가 되어 탐험을 떠났던 녀석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고고학자님들은 다시 현실로 복귀하더니 배가 고프단다.
밥을 줄 때까지 식탁에서 떠나지 않고 밥을 외쳤다.
아! 맞다. 나는 이게 현실이었지?
24.10.2026 Satu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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