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양사가 오지 않는 날이다.
다른 날은 보통 7시 반, 이를 땐 6시 반에도 온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자다가도 목청을 다듬고 “어서 오세요” 하는데, 토요일은 우리도 늦잠을 잘 수 있다.
그래서 금요일 밤엔 취침기도 후 “잘 자요, 내일은 아침에 푹 자요” 하고 인사를 나눈다. 나도 불금의 젊은이들처럼 늦게까지 TV를 보거나 글을 쓰며 혼자 노작 거 린다.
토요일 아침엔 둘이서 서로에게 “더 자, 더 자~” 한다.
우리 집에 요양보호사가 오기 시작한 건 7년이 훨씬 넘었다. 맘에 안 맞으면 며칠을 하다 그만두기도 하고, 길게는 2년을 일한 사람도 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새로 오는 분에게 나 혼자 거의 일을 새로 가르쳐드려야 하고, 집안 상황도 익히게 해야 하니 힘이 든다. 익숙하지 않아 환자를 다치게 하는 등 사고가 날까 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러다 차분하고 좋은 분이 오면 그때는 너무나 감사하고 집안에도 평화가 온다.
이번엔 43세의 청년이 왔다.
전에는 71세 되시는 분이 오셔서 열심히 하셨는데, 2년쯤 지나니 허리가 아프시고 환자 트랜스퍼를 못 하게 되어 그만두셨다.
이번엔 젊은 분이 오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다 자신의 사정으로 너무 일찍 출근하는 날, 내가 밥상 차리기 전이면, 자기가 밥상을 차려 나에게까지 가져다준다.
남편이 다치고는 식구 외에 누구도 물 한 잔 떠준 사람이 없는데, 똑똑 노크하고 빵과 햄, 계란 등으로 된 아침을 쟁반에 받쳐주니 어찌나 놀랐는지….
“괜찮아요. 나에겐 안 해줘도 돼요.”
" 못차리셨으면 제가 해도 되요"
하며, 차려진 쟁반을 놓고 나간다.
‘이런 감동의 날이 오다니.’
새로 집 앞에 롯데몰이 오픈한다 하여 딸을 만난 날이었다.
“얘, 엄마가 요즘 팔자가 좋아졌어. 새 요양 선생이 내 아침을 차려주잖니?”
하니 딸이 “어머, 너무 좋네. 정말?” 하며 감동한다.
그러는데 전화가 온다.
“저, 보호자님. 어르신 국수 끓이려는데 고춧가루가 어디 있을까요?”
또 놀랐다.
왜냐하면 다른 남자 요양사들은 가스불은 거의 켜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좋아하는 잔치국수를 만들어보겠다니, 놀랄 수밖에.
“아, 그래요? 고마워요. 그거, 냉장고 오른쪽 문 위에 있어요.”
“아, 여기 있어요.”
“수고하세요. 그럼.”
하고 끊으니 딸이 말한다.
“와~ 엄마 목소리가 다르네. 그렇게 친절하게?”
다른 땐 내 목소리가 딱딱했나?
제대로 된 취직자리를 잡을 때까지 있을 거라는데, 언제까지 있어줄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 내 팔자가 폈다.
앉아서 아침상을 받아보다니, 꿈인지 생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