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빛을 그리다.

16장. 황금빛은 왜 하늘이 되었을까. 비잔틴 모자이크와 변하지 않는 빛

by김현준

이 이미지는 AI를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1453년 5월 29일.

50일이 넘는 포위 끝에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전투 속으로 사라졌고, 오스만군은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승리 뒤에는 전쟁의 잔혹함이 따라왔다.

사람들이 죽었고, 붙잡혔고, 도시 곳곳이 약탈당했다. 하기아 소피아로 피신한 사람들도 안전하지 않았다.¹

그리고 그날, 메흐메드 2세도 하기아 소피아에 들어섰다.


스물한 살의 젊은 정복자였다.

그는 천 년 가까이 이어진 로마제국의 수도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나는 한 장면을 상상해본다.

메흐메드가 성당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선다.

밖의 소음이 조금씩 멀어진다.

어두운 내부.

그리고 고개를 든다.

거대한 돔, 그 아래를 둘러싼 창들.

창으로 들어온 빛이 높은 곳의 황금빛 표면에 닿는다.

하나가 반짝인다.

조금 떨어진 곳이 다시 빛난다.

돌로 만든 거대한 돔인데도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기아 소피아의 돔과 내부 공간은 빛이 들어오는 창과 결합하면서 무거운 구조물을 시각적으로 가볍게 느끼게 하는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낸다.²

하기아 소피아가 세워졌던 6세기에도 사람들은 이 빛을 보았다.

당시 역사가 프로코피우스는 성당 내부가 빛과 햇살로 가득하다고 기록했다. 특히 거대한 돔은 단단한 구조 위에 놓여 있다기보다 마치 하늘에서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³

그로부터 약 900년이 흘렀다.

다른 제국의 정복자가 같은 돔 아래 섰다.

제국은 달라졌다.
종교도 달라졌다.
그러나 빛은 같았다.

왜 하늘을 파랗게 그리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 하기아 소피아에 가보지 못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사진과 기록 속의 공간이다.

사진을 오래 바라본다.

거대한 돔, 높은 벽, 황금빛 모자이크.

그러다 궁금해졌다.


왜 하늘을 파랗게 그리지 않았을까.

우리가 아는 하늘은 계속 변한다.

아침에 떠오른 빛은 낮을 지나고, 저녁이면 붉어진다.

그리고 밤이 오면 사라진다.

태양의 빛은 아름답지만 영원하지 않다.


그런데 비잔틴의 황금빛은 다르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남는다.

비잔틴 미술에서 빛과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색의 밝기와 광택, 재료가 만들어내는 반짝임은 이미지를 경험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금빛은 현실적인 풍경과는 다른 신성하고 초월적인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⁴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비잔틴인이 그리고 싶었던 것은 태양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태양이 사라져도 남아 있을 것 같은 빛.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빛. 영원의 빛. 신성한 빛.

황금빛은 태양의 색이 아니라, 태양이 사라져도 남을 빛이었다.

이것은 역사 기록에 그대로 적혀 있는 문장은 아니다.

비잔틴 미술에서 빛과 금빛이 사용된 방식을 바라보며 내가 떠올린 하나의 해석이다.


작은 조각이 빛을 품다.

비잔틴 모자이크는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조각을 테세라(tessera)라고 한다. 돌도 있고, 색유리도 있고, 금빛을 내는 유리 조각도 있다.

비잔틴의 유리 모자이크에서는 다양한 재료와 제작 방식이 사용되었다. 특히 금빛 테세라는 빛과 만나면서 다른 재료와는 다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⁵

단순히 금색이기 때문이 아니다. 빛을 받아 다시 빛을 돌려보낸다.

후기 고대와 초기 중세의 건축 공간에서는 색유리와 금빛 유리 장식이 빛과 결합해 반짝이는 표면을 만들어냈다.⁶

앞 장에서 우리는 알렉산드로스 모자이크를 보았다.

작은 테세라들이 모여 말이 되고, 병사가 되고, 전쟁이 되었다.

비잔틴에서도 원리는 같다.

하지만 인간이 그 작은 조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세계는 달라졌다.

기술은 이어졌다.

그러나 인간이 그 기술에 담은 의미는 달라졌다.

로마에서는 작은 조각이 전쟁을 만들었다.
비잔틴에서는 작은 유리와 금빛이 신성한 세계를 만들었다.

발밑의 그림이 머리 위로 올라가다.

로마에서 모자이크는 바닥 장식에 널리 사용되었다.

파우누스의 집에서는 사람들이 알렉산드로스의 전쟁 위를 걸었다.

물론 로마에도 벽 모자이크가 있었다. 비잔틴의 모든 모자이크가 높은 곳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비잔틴 교회에서는 모자이크가 벽과 반돔, 궁륭 같은 높은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이미지가 되었다. 그림은 건축과 결합해 예배 공간 전체의 의미를 구성했다.⁷

그림의 위치가 올라갔다.

그러자 사람의 시선도 올라갔다.

그림의 위치가 바뀌자 인간의 자세도 바뀌었다.


발밑에 있을 때는 지나가는 그림이었다. 머리 위에 있을 때는 올려다보는 그림이 되었다.

같은 그림이라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달라진다.

올려다보는 순간, 그림은 조금 더 멀어지고, 조금 더 높은 곳의 존재가 된다.


돔 아래의 창.

하기아 소피아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거대한 돔 그 자체만은 아니다.

돔 아래의 창이다.

돔의 밑부분을 따라 창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빛이 건축 구조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그래서 무거운 돌로 만든 돔이 단단한 벽 위에 얹혀 있다기보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빛이 황금빛 표면과 만난다.

하나가 반짝인다. 그 옆이 빛난다. 몇 걸음 옮기면 또 다른 곳이 살아난다.

모자이크는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빛은 움직인다.

아침의 태양과 낮의 태양과 저녁의 태양은 같은 공간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돔은 돌로 세웠지만, 하늘은 빛으로 완성했다.

건축가가 돔을 만들었다.

장인이 금빛 조각을 붙였다.

그러나 그 공간을 마지막으로 완성한 것은 태양이었다.


실제 햇빛은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움직이는 빛이 닿는 곳에는 황금빛이 남아 있다.

변하는 빛이 변하지 않는 빛을 깨운다.

비잔틴에서 빛은 단순히 그림을 비추는 조건에 머물지 않았다.

그림을 경험하게 만드는 하나의 재료가 되었다


형태는 남고, 의미는 변한다.

하기아 소피아의 모자이크는 한 시기에 한꺼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건물은 오랜 시간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모자이크도 시대에 따라 만들어지고, 가려지고, 다시 발견되었다.

오늘 우리가 보는 하기아 소피아의 이미지는 여러 시대가 겹쳐진 결과다.⁸

1453년 이후 하기아 소피아는 모스크가 되었다.

기독교적 이미지 일부는 가려졌고, 새로운 이슬람적 요소가 더해졌다.

건물은 남았지만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 의미는 달라졌다.

형태는 남고, 의미는 변했다.


그림도 그렇다.

같은 이미지를 보면서도 시대마다 다른 의미를 읽는다.

그래서 그림의 역사는 그림만의 역사가 아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간을 걸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실제 하기아 소피아에 가기 전에 AI와 가상현실 속에서 먼저 그곳을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을 연다. 한 걸음 들어간다.


시간을 6세기로 돌린다.

아침 햇살이 높은 창으로 들어온다. 금빛 표면이 반짝인다. 시간을 움직인다. 수백 년이 지나간다.

다시 시간을 움직인다.


1453년.

성당의 의미가 바뀐다. 또 시간이 흐른다. 같은 공간 위로 기독교와 이슬람의 시간이 겹쳐진다.


물론 그것이 실제 과거 자체는 아닐 것이다.

남아 있는 건축과 기록, 연구를 바탕으로 만든 하나의 복원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한 장소에 서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걷는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시간여행은 과거로 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를 지금 우리의 눈앞으로 불러오는 일.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뒤 실제 하기아 소피아에 간다면 어떨까.

이미 알고 있는 돔. 사진으로 보았던 창. 가상공간에서 보았던 황금빛.

그 모든 것을 알고도 실제 그 아래에 서면 나는 무엇을 느낄까.

아마 사진이나 화면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이 있을 것이다.


다시 황금빛 아래에서.

언젠가 이스탄불에 간다면 나는 가장 먼저 위를 바라보고 싶다.

돔 아래의 창을 보고, 햇빛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싶다.

그리고 금빛 테세라 하나가 반짝이는 순간을 보고 싶다.

아침의 태양은 움직일 것이다. 낮의 태양도 움직일 것이다. 저녁이면 빛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황금빛은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비잔틴의 황금빛을 이렇게 이해한다.

비잔틴인은 태양을 그린 것이 아니라, 태양이 사라져도 남을 빛을 그린 것은 아닐까.

사람은 사라진다. 제국도 사라진다. 현실의 모든 것은 변한다.

그래서 인간은 변하는 세계 속에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그림 속에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비잔틴인은 영원을 황금빛으로 그렸다.


그런데 그들은 빛을 인간에게 부여하였다.

그리스도 판토크라토르

1. Kaldellis, Anthony. 1453: The Conquest and Tragedy of Constantinopl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6.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포위와 함락,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최후, 도시 함락 이후 벌어진 폭력과 포로화 등 장 도입부의 역사적 배경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였다.

2. Mainstone, Rowland J. Hagia Sophia: Architecture, Structure and Liturgy of Justinian’s Great Church. London: Thames and Hudson, 1988.
하기아 소피아의 돔 구조와 내부 공간, 돔 아래 창과 빛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활용하였다. 특히 돔과 창이 결합해 무거운 건축 구조를 시각적으로 가볍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설명하는 데 참고하였다.

3. Procopius. Buildings. Translated by H. B. Dewing. Loeb Classical Library 343.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40.
6세기 하기아 소피아의 모습을 전하는 동시대 기록이다. 성당 내부가 빛과 햇살로 가득하다는 묘사와 돔이 마치 하늘에서 매달린 듯 보인다는 표현을 확인하는 데 활용하였다.

4. James, Liz. Light and Colour in Byzantine Art. Oxford: Clarendon Press, 1996.
비잔틴 미술에서 빛과 색이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음을 설명한다. 본문에서 황금빛과 신성한 공간, 빛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활용하였다.

5. James, Liz. “Byzantine Glass Mosaic Tesserae: Some Material Considerations.” Byzantine and Modern Greek Studies 30, no. 1 (2006): 29–47.
비잔틴 유리 모자이크 테세라의 재료와 제작 방식을 다룬 연구다. 색유리와 금빛 테세라의 물질적 특성과 빛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를 설명하는 데 활용하였다.

6.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Department of Islamic Art. “Glass Ornaments in Late Antiquity and Early Islam (ca. 500–1000).” In Heilbrunn Timeline of Art History. New Yor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00–.
https://www.metmuseum.org/essays/glass-ornaments-in-late-antiquity-and-early-islam-ca-500-1000
후기 고대와 초기 중세의 유리 및 금빛 장식 재료를 이해하는 데 활용하였다. 특히 색유리와 금빛 재료가 빛과 결합해 건축 공간에 반짝이는 표면을 만드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 참고하였다.

7. Cormack, Robin. “Wall-Paintings and Mosaics.” In The Oxford Handbook of Byzantine Studies, edited by Elizabeth Jeffreys, John Haldon, and Robin Cormack, 385–396.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비잔틴 교회의 벽화와 모자이크가 건축 공간 및 예배와 결합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모자이크가 벽과 반돔, 궁륭 등 높은 공간에서 중요한 이미지 매체로 사용된 흐름을 이해하는 데 활용하였다.

8. Cormack, Robin. “Interpreting the Mosaics of S. Sophia at Istanbul.” Art History 4, no. 2 (1981): 131–149.
하기아 소피아 모자이크의 제작과 변화, 이미지와 공간의 관계를 다룬 연구다. 하기아 소피아의 모자이크가 여러 시대를 거치며 형성되고 변화했다는 점과 이미지의 의미가 역사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에 활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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