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by빛작

'영혼의 자서전'을 읽고 글을 써나갔던 적이 있다.

바카라을 고른 이유와 필사북으로 연재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적어보려 한다.



새벽독서를 주도하는 지담작가는 매일 인문학서 발췌와 사유를 담은 글을 업로드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의 알림 설정을 해놓으니 나도 날마다 간접사유를 하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떤 경험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내게 사유하도록 만드는 글이라는 강한 느낌이었다. 죽 읽다 보면 몇 번이나 카잔차키스의 글이었다.


글귀를 모으고 사유를 모으는 일이 얼마큼 귀한 일인가. 나는 작가들과 필사북을 연재하기로 했다. 누구의 바카라으로 필사해 볼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카. 잔. 차. 키. 스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문체가 닮아갔다. 말랑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맥을 이해하고 나의 느낌을 짧은 글로 맞붙여보았다.

문맥의 대부분은 의미연결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표현하는 저자의 의도와 글의 의미는 내게 경험을 확장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들은 평이한 일상 하나하나가 의미일 테니.


허송세월을 쓴 김훈 작가도 일상에서 더 깊은 삶을 글에 담기를 설파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어와 술어 사이의 거리는 불화로 긴장되어 있다. 이 아득한 거리가 보이면, 늙은 것이다.

이 사이를 삶의 전압으로 채워 넣지 않고 말을 징검다리 삼아 다른 말로 건너가려다가는 허당에 빠진다.

이 허당은 깊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허당에 자주 빠지는 자는 허당의 깊이를 모른다.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엄마의 유산을 공저했던 나는 허당에 몹시도 깊이 빠졌더랬다. 필사북 카잔차키스도 그럴 때가 많았다. 나의 삶과 사유를 담는데도 글이 불안 불안하지 않았나 하는 늦은 성찰을 해보았다.


그래서인지 작가들의 호불호가 갈렸다.

자주 소통하던 작가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새로운 작가들의 덧글이 아주 많았다. 카잔차키스를 만난 적 있거나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하는 작가들이었다. 그들도 카작가를 통해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사유했으리라.

필사북을 연재하면서 얻은 큰 수확을 적고 글을 갈무리 지어야겠다.

바로, 필명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글귀를 만난 일이었다. 두 글자에 관하여 붙여본 의미가 있다.


새벽5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허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미 있는 독서를 해야겠다.


바람 한점 없었고, 침묵과 정적은 무서웠다. 하늘은 숨을 못 쉬고 질식했다.

아직 하늘과 바다 사이에 벌어진 좁다란 틈바구니에서 갑자기 하얗고 투명한 돛이 번개처럼 나타났다. 터질 지경으로 돛이 부풀어 나오고, 스스로 빛을 내는 작은 쪽배가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서 빠른 속도로 내리지르는 두 어둠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쪽으로 팔을 벌리며 <내 마음이로구나!>라고 소리를 지르다가 나는 잠이 깨었다 (영혼의 자서전, 카잔차키스, 열린 바카라들


*출처 날씨예보 비그림

#새벽독서 #영혼의 자서전 #카잔차키스 #허송세월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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