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흘리는 눈물, 가면 뒤의 나 이제 나는 다시 20여 년 전으로 돌
이제 나는 다시 2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인생에서 깊이 묻어두고, 영원히 잊고 싶었던 바로 그 기억 속으로.
왜 굳이 그 아픈 시간을 다시 집어 올려 돌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오늘을 살고 싶기 때문이고, 내일을 버텨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금 내 삶은 숨이 막힐 정도로 벅차다.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겁고 아득하다.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불쑥 찾아오는 과호흡은 여전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공포가 반복된다.
하지만 내 주변 그 누구도 이런 나를 알지 못한다.
사람들 앞에서는 진짜 '나'가 아닌, 타인이 만든 또 다른 자아로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를 홀로 품어내고 있다.
남편과는 차가운 이혼 소송 중이다.
상처를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쓰며... 그렇게 35년이라는 기나긴 결혼생활을 버텨냈다.
“이젠, 그만.”
그 단단하고도 서글픈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는 수억 번을 번뇌하고 고민했다.
마음을 다시 리셋하고 또다시 흔들리며 마침내 오늘에 이르렀다.
이혼을 결심하면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 사람인가.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부유하고 있는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면서도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배를 잡고 박장대소하다가도,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고인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
그런 미지근한 말로 나를 덮어두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나는 지금 나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낯설게 변질되어 가고 있으니까.
‘나’...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이 아픈 질문의 여정, 그 맨 처음에는 ‘불임’이라는 차가운 시간이 놓여 있다.
그 시절을 도려내듯 모른 척 지워버릴 수는 없다. 그 참담했던 시간을 온전히 다시 살아내야만, 비로소 지금의 내가 보이고 내일을 견뎌낼 작은 힘이라도 생길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깊고 어두운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가슴을 집어삼키는 한숨이 깊어질수록 온몸이 크게 흔들리고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아… 정말 살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그만 모든 것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마냥 애가 타서 발을 굴리던 내가 아니라, 모든 불행을 내 탓으로 돌리며 자바카라하던 내가 아니라, “다 괜찮아, 난 정말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속이며 버티던 내가 아니라…
그저 남들처럼 오늘을 편안히 살아내고, 내일을 다정하게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 당연한 일조차 너무 어렵다.
내게 정말 온전한 내일이 찾아올까.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20년 전 그때의 나에게로 돌아가 다시 한번 그 계절을 지나와 보려 한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나의 내일이 시작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