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

산 자와 죽은 자

by달난별난

[어떤 사람은 25살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례식은 75살에 치른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살아있음을 생생히 느꼈던 하루하루도 있었는데, 그저 의미 없이 나이만 먹는 순간을 눈앞에서 마주할 때가 있다. 벌써 죽은 걸까 번쩍 정신이 든다.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 선배들이 넌 그림을 왜 그리느냐, 우리 과엔 왜 왔냐, 종국엔 술이 만취해서 왜 사느냐고 까지 물어보던 밤이 있었다.

20살의 새내기였던 나는 고민 없이 “궁금해서 산다 “라고 답했다.

그때엔, 내가 낳을 아이의 얼굴도 궁금하고, 첫 남자친구의 얼굴도 궁금하고, 내가 정말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졸업을 무사히 할지도 궁금하고 내 삶에 궁금한 것들이 넘쳤다. 오늘 눈을 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일은 무슨 일이 펼쳐질지 당연한 기대감을 안고 눈을 떴다.

살다 보니 사랑은 이런 것이구나, 아이는 이런 존재구나, 알게 되었다. 내일도 오늘처럼 별다를 것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기대감보다는 익숙함과 더 친해졌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쌓인 경험과 어떤 선택의 결과들이 나를 앞으로 굴리고 있다.

나에게 궁금한 게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장례식도 치르기 전에 먼저 죽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살아갈 ‘꺼리’들을 소중히 담아두어야겠다.

실낱같은 거미줄 위에 아침이슬만큼의 반짝이는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고, 무엇보다 명랑한 할머니가 되어서 생의 마지막에 그릴 종이 위의 모습이 궁금하니… 참 다행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