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보통의 사유 식탁을 읽고
그때의 사람과 장소, 나의 나이와 감정까지 함께 돌아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얼마나 오래 기억할까?
몇 년 전 먹었던 음식의 정확한 맛은 기억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함께했던 사람과 식탁의 분위기는 기억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앉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창밖의 날씨가 어땠는지까지.
그렇다면 우리가 한 끼를 먹으며 정말 맛보는 것은 무엇일까?
맛일까.
분위기일까.
아니면 그 순간 함께 만들어지는 기억일까.
알랭 드 보통이 음식을 바라보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는 요리를 단순히 재료를 조리하는 기술로 보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바카라에는 조금 이상한 조합들이 등장한다.
레몬은 희망이 되고,
라임은 장난기가 되고,
무화과는 성숙함이 되고,
호두는 자기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에 맛 이상의 의미를 붙이며 살아왔다.
생일에는 케이크를 먹고, 아플 때는 죽을 찾는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달콤한 것을 찾거나, 매콤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그리고 학창 시절 먹던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반갑다.
떡볶이를 먹는 순간, 그때 함께했던 친구와 학교 앞 풍경, 그 시절의 내가 잠시 함께 돌아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담긴 사람과 시간, 감정과 추억까지 함께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색을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줄곧 비슷한 질문을 해왔다.
빨강은 정말 열정을 제대로 상징할까?
파랑은 정말 신뢰를 줄 수 있을까?
색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같은 빨강도 립스틱에서는 자신감이 될 수 있고, 신호등에서는 멈춤이 되며, 어떤 문화에서는 행운과 축하를 의미한다. 같은 색이지만 그 경험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바카라에서 ‘레몬은 희망’이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되었다.
"레몬은 정말 희망일까?" 생각해보니 꽤 재미있다.
레몬을 자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선명한 노란색이다. 향은 상쾌하고, 한입 베어 물면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질 만큼 시다. 이 새콤함에 설탕을 넣고, 버터를 넣고, 시간을 들이면 달콤해진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희망은 레몬이라는 재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무언가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색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다.
우리가 감각하는 것에는 물리적인 특성이 있지만, 그 의미는 경험을 만나면서 만들어진다.
감각은 같아도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바카라의 식재료와 미덕의 연결을 정답이라기보다 하나의 재미있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에게 레몬은 무엇일까?
나에게 초콜릿은 어떤 감정일까?
누군가에게 무화과는 성숙함이 아니라 어린 시절 할머니 집의 기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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