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컬러의 비밀

불빛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

byThe Colour Curator

그리스 신화같지 않은 컬러톤

영화의 첫 장면은 바다에서 시작한다.

트로이 해안.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거대한 목마.

화면이 열리면서 이름 없는 바드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아주 오래전, 마법 같았던 시대에 대해 노래한다.

아직 오디세우스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다가 있고,

목마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간다.

나는 이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목마보다 빛을 먼저 보았다.

밤이다.

그런데 화면 전체가 어둡지는 않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횃불과 곳곳의 불빛이 화면 안에서 주황색과 금빛으로 번진다.

트로이 사람들에게는 승리의 밤이다.

사람들은 웃고, 소리치고, 춤추고, 목마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목마 안에는 그리스 군사들이 숨어 있다.

같은 불빛을 보고 있는데도,

화면 밖의 사람과 화면 안의 사람에게 그 살짝의 보색 빛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 순간 이 영화의 색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어졌다.

따뜻한 색이라고 해서 반드시 따뜻한 감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주황색은 축제의 색이면서 전쟁의 색이기도 하다.

금빛은 승리의 색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시작되는 색이기도 하다.



낮은 채도의 세피아.

낡은 석조 건물.

먼지가 쌓인 풍경.

황갈색의 대지.

바랜 피부.

그리스 신화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감성이 있다.

마치 오래된 역사바카라이나 벽화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화면.

그런데 《오딧세이》는 조금 다르다.

고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화면은 의외로 깨끗하다.

선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영화에서 색은 감정을 표현하기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라고 생각한다.

놀런감독은 고대 그리스신화를 그 당시 감성으로 만들기 보다,

오히려 그곳에 실제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래서 화면의 명도와 채도가 중요해진다.

전체를 누렇게 물들여서 ‘고대’를 설명하지 않는다.

어두운 밤은 정말 어둡고,

바다는 깊은 블루로 살아 있고,

불빛은 주황과 앰버로 또렷하게 올라온다.

피부와 의상도 지나치게 바래지 않는다.

색이 낡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곳이 지금의 어느 도시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세계라는 것을 안다.

왜일까. 그 답이 톤에 있다고 본다.

화면 전체를 세피아로 덮는 것이 아니라,

세피아와 골드를 기억처럼 남겨놓는 것.

고대의 시간을 색으로 설명하지 않고,

화면 안에 아주 얇게 남겨두는 것이다.


다양한 채도의 조화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채도를 적용한다.

그리스 신화와 같은 영화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저채도’은 의외의 반전이다.

오히려 채도의 역할을 제대로 활용했다.

모든 색을 강하게 만들지도 바래게 만들지 않는 그 밸런스.

적절한 채도의 조화에서 필요한 감정이 순간 생생하게 살아난다.

불빛의 앰버톤에서 보여지는 중채도.

바다의 블루의 고채도.

밤의 청록 저채도.

차가운 블루톤 전투에서 빨간 전투모 깃의 강열한 포인트.

그리고 피부와 나무, 돌, 흙 같은 자연의 중간 채도.

이 색들이 서로 다른 밀도로 화면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화면 전체가 화려하다는 느낌보다,

어떤 색이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현대적인 색채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고대 신화 영화가 화면 전체를 하나의 오래된 색으로 통일했다면,

《오딧세이》는 오히려 색을 분리한다.

색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하지만 서로 과하게 경쟁하지 않는다.

고대의 색을 재현하는 대신,
오늘의 눈으로 고대의 세계를 선명하게 바라보는 것.

이 영화의 색채는 그쪽에 더 가깝다.


신화를 현실로 만드는 명도

영화를 볼 때 나는 색상보다 명도를 관심있게 본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더 그랬다.

트로이의 밤 장면을 생각해보면,

화면의 검은 부분이 상당히 깊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검은 것은 아니다.

불빛이 닿는 곳만 얼굴이 드러난다.

목마의 표면이 드러난다.

사람의 몸이 잠깐 나타난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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