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물들이는 하루

컬러로 시작되는 축제, 홀리

byThe Colour Curator

색으로 시작되는 봄, 홀리


인도의 봄을 여는 축제, 홀리에서는 컬러의 향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 계절을 맞이하며 사람들은 광장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힌두교 전통에서 비롯된 이 축제는 단순한 계절의 전환을 넘어 ‘선이 악을 이겼다’는 상징,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회복을 기념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홀리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색의 제전(Festival of Colors), 사랑의 축제(Festival of Love).

이 축제는 단지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야 하는 의식이다. 그 순간, 낯선 이도 축제의 일부가 된다. 사람들은 형형색색의 색가루 ‘구랄(Gulal)’을 들고 서로의 얼굴과 옷에 칠하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물풍선이 날아들고, 색물이 담긴 물총이 터져 나온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이들도 어느새 웃음을 터뜨리며 춤추고 노래한다.

놀라운 것은 이 축제에서는 모든 경계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카스트 제도 같은 신분 차이, 종교와 성별, 세대 간의 구분조차 이 날만큼은 의미를 잃는다. 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지개가 되는 순간이다. 이 축제는 힌두교도뿐 아니라 타 종교인, 외국인,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축제이다. 주로 인도 전역, 특히 북부지역(마투라, 바르사나 등)과 네팔, 그리고 인도계 인구가 많은 세계 각지에서 열린다.

형형색색의 구랄에 덮힌 축제 참가자


색에 담긴 의미


인도의 홀리(Holi) 축제에서 사용되는 구랄은 단순한 가루가 아니라 상징적 도구이다. 참가자들은 구랄을 서로에게 뿌리며 봄의 도래와 새로운 시작, 그리고 평등과 화합을 기념한다.


빨강은 사랑과 에너지,
파랑은 변화와 번영,
초록은 순수와 열정,
노랑은 지성과 봄의 기운,
주황은 기쁨과 환희를 뜻한다.


이 색들은 힌두 신화 속 신과 여신들, 그리고 인도의 사계절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대변한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단지 색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상징도 함께 교류하는 셈이다.



이야기로 물든 역사


우리나라 메이크업 브랜드 홀리카 홀리카(Holika Holika). 이름 속 ‘홀리(Holi)’는 힌두 신화 속 마녀 홀리카(Holika)에서 유래한다. 악행을 일삼던 홀리카는 결국 불에 타 소멸하고, 선이 승리하는 이야기는 매년 축제 전날 진행되는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는 불꽃 의식으로 재현된다. 불길 속에 악을 태우고 나면, 다음 날은 기쁨과 색으로 새롭게 시작된다.


신 크리슈나와 연인 라다의 사랑 이야기도 홀리의 전통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색을 뿌리는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그 자체가 감정의 절정을 표현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색으로 연결되는 마음


홀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색이 단지 시각적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색은 이곳에서 감정이고 믿음이며, 마음을 여는 도구이다. 누군가의 얼굴에 색을 칠하는 행위는 작은 사랑의 표현이자 관계의 시작이다.

그리고 축제의 거리 위를 걷고 있노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을 진짜로 물들이는 것은 색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인도 사람들은 그들의 다양한 컬러만큼이나 다채롭다.

풍부한 전통과 깊은 영성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긴다.

인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 기억 속 첫 친구. 인도에서 온 라비다.

옆집에 살던 그와 그의 동생은 어린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그러다보니 지금도 인도는 나에게 친근한 나라로 느껴진다. 어린 시절 읽었던 『Chicken Soup with Rice』에 나오는 뭄바이도 늘 궁금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직접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다가오는 봄에는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첫 친구 라비의 기억을 안고,

인도의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

홀리의 생생한 순간을 직접 느끼며, 그 색과 웃음 속에 완전히 스며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