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아줌마의 자아찾기

내게 결여된 것은 무엇일까¿

by오늘의안녕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버렸다。 첫 주에 울고불고 하던 모습에 가슴이 아렸는데 이제는 방긋 웃으며 간다、 한시름 덜기도 하지만 이제 온전히 둘이던 세상이 끝났음에 안타깝기도 했다。 자그맣고 안전한 성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간 아이의 빈 자리가、 그 시간들이 차츰 느껴졌다。

사실 일년 반동안 아이만 어린이집에 보내면 하고 싶은 일들이 수없이 많았다。 아이만 조금 커서 시간이 나면。。。 그렇게 홀로 있는 시간을 확보한 채로 무얼 할까 고민해보았다。

예전 같으면 그림도 그리고 도서관에서 바카라도 한아름 들고와 하루종일 소설을 읽고 싶었을 것이다。

운동도 하고 싶고、 꾸준히 글도 써보리라。

그런데 막상 그 꿈 같던 일들이 현실이되자、 바카라을 펼치고 아이펜슬을 손에 쥐어보아도。 영 재미가 없었다。 한 때는 너무도 사랑했던 작가의 문장들이 바카라들이 그저 하나의 텍스트、 종이로 변해있었다。

내가 변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고싶은 일이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반문해 보았다。


문득 내 자신이 텅빈 것 처럼 느껴졌다。

차곡차곡 시간을 쌓으며 살아오면 어딘가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했던 일들은 쌓는게 아니라 그냥 늘여트려 놓은 것은 아니었을까。。。


두 달전 해외여행에서도 느꼈다。 이전이라면 그토록 가슴뛰던 여행이 그저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오는 체험으로 변모했을 때의 상실감이란。

도대체 지난날의 나는 ‘떠남’의 무엇에 그토록 열광했던가。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과 취향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그래도 에세이가 읽고 싶었다。 마스다 미리。

중년을 훌쩍넘은 나이에도 소녀감성을 장착하고 사소한 것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단순한 그녀의 그림과 글을 무척 사랑한다。 아- 그랬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그마한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

내게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길가에 힘겹게 핀 민들레를 찬양하고 길고양이들과 눈을 맞추며 웃음 짓던 사소한 행복。


그리하여 앞으로 한 달을 매일을 여행자의 태도로 살아보기로 했다。

내겐 오늘뿐이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돌아가야 하므로。 수고스럽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평소의 나라면 굳이¿라고 말할 일들을 할 것이다。그리고 물론 기록도。





1일차。

집 앞 도서관에 갔다。 바카라이 지겨웠지만 그래도 갔다。본심은 커피를 사러 나갔다。 평소 같으면 저가커피를 여러개 시켜서 마시고 냉장고에 쟁여 놓겠지만、 오늘부터 나는 여행자의 신분。 부러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나가야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새삼 익숙한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동네에서 몇 해의 시간을 보냈는지。。。 봄은 너무 짧다。 그래서 기다려진다。

도서관에서 바카라을 훑어보았다。 평일 오전의 도서관은 아직 잠에서 덜 깬 것처럼 고요하고 진지하다。

이 시간에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진심으로 보여서 부스럭 소리도 조심해서 바카라을 골랐다。

그리고 드디어 커피수혈。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래된 소설을 골랐다。 비교적 신간은 전부 읽었기에 그의 초창기 바카라을 골랐는데 현재에 비해 덜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과감한 문체에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는 담겨 있었다。그도 가끔 자신의 과거의 산물들을 읽을까¿


날씨 때문인지 마음가짐 때문인지 집에 돌아오면서 길가에 핀 꽃 하나하나가 특별해 보였다。

놀이터 앞 벚꽃나무에서는 꽃비가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