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갓마더 되기

byChoi Sunyoung

영국에 있는 조카의 "대모(godmother)"가 되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땐, 처음엔 기쁘기도 하지만 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나는 대부모란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바랜 옛 사진에 나를 안고 있는 대모님이 아신다면, 대단히 슬퍼하실 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혹시나 엄숙한 영국의 성당 한복판에서 실수를 하면 어쩌지—하는 불안증이 도진 탓도 있었다. 내 머릿속엔 모두들 "I do"를 하는데 "뭐라구요?"를 연발하거나, 엇박자 리듬을 타며 모두를 당황시키는 세례식 날의 내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영국에서 누군가의 대모(Godmother)나 대부(Godfather)로 지명된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을 넘어 평생에 걸친 유대감과 신뢰를 의미하는 뜻깊은 일이다. 영국에서 대부모는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의 영적, 도덕적 성장을 돕는 '제2의 부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부모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거두어 키우는 실질적인 후견인 역할을 했지만, 현대에는 멘토이자 아이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을 각별히 챙겨주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여하튼 열심히 세례식 날(Christening day)에 입을 옷을 검색하며,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나날들을 보내고,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6시부터 부산을 떨며 준비했다. 마침 그날은 히스로 공항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에, 짐을 싸는 손은 두 배로 바빠졌다.


그렇게 40분여를 달려, 가족들과 영국 중부 지역의 예쁜 타운에 위치한 영국 국교회 성당에 도착했다. 오래되어 까맣게 된 돌벽이 세월을 느끼게 하는, 자그마하지만 예쁜 성당. 일찍부터 세례식을 기다리는 아기들과 그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우아한 드레스와 단정한 양복 차림의 손님들로, 잔치 분위기가 더 살아났다.


정복을 차려입은 사제(vicar)님이 오늘 세례를 받을 아기의 이름을 물어보면, 이름이 쓰여진 좌석에 대부모와 가족들이 착석한다.


오늘 조카의 대모와 대부는 총 3명. "부모"라면서 세 명이라니,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영국 국교회에서는 아이는 최소 3명의 대부모를 두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다만 아무나 대부모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대부모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수 조건은 "대부모 본인이 반드시 세례를 받은 기독교인(또는 가톨릭 등)"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가족에 국한된 건 아니고, 친한 친구에게 부탁하는 일도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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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고양이를 사랑하는 여행작가랍니다. 영국의 소소한 일상과 여행을 담은 바카라, <영국은 맛있다>를 펴내기도 했어요. sundaybookclub20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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