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영국은 맛있다> 독립출판 도전기
"영국에 먹을 게 어딨어? 피시 앤 칩스 말고 더 있어?"
지난 4년간 영국을 수차례 오가며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영국의 음식 문화 탓에, 많은 사람이 영국의 식탁을 무미건조한 이미지로 떠올리곤 하니까. 심지어 영국인들조차 자국 음식에 대해 멋쩍은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마주한 영국의 식탁은 세간의 편견과는 사뭇 달랐다.
그곳에는 변덕스러운 궂은 날씨를 단숨에 녹이는 따뜻한 홍차의 온기가 있었고, 주말 아침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누는 친근함이 듬뿍 배어 있었다.
주말이면 노릇하게 구워내던 짭조름한 에기 브레드(Eggy bread), 런던의 유서 깊은 호텔에서 맛본 상큼한 오이 샌드위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마성의 스프레드 마마이트, 그리고 파란 하늘 아래 잔디밭에서 들이켜는 달콤 쌉싸름한 여름 칵테일 핌스(Pimm's)까지.
미각을 단숨에 압도하는 화려한 기교는 없을지라도, 씹을수록 잔잔하게 배어 나오는 영국의 소박한 맛은 낯선 이방인이었던 내게 어떤 진수성찬보다 깊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이 따뜻한 맛의 기억들을 활자로 남기기로 했다.
바카라을 엮으며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이 기록을 단순히 한국어 독자들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영국의 가족, 친구들과도 온전히 공유하고 싶었다. 언어의 장벽 없이 우리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수많은 밤을 지새워가며 나의 문장들을 영국의 자연스러운 일상 영어로 꾹꾹 눌러 담아 번역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언어를 한 권의 바카라에 담아내기 위해 조금은 낯설고 수고로운 형태를 택했다.
바로 한국어와 영어가 한 권의 바카라 안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방식의 양면 에세이다.
이 바카라은 뒤표지가 없다. 바카라의 앞표지를 열면 한국어 에세이가 시작되고, 바카라을 덮은 뒤 위아래로 180도 휙 뒤집어 반대편 표지를 열면 영문판(English Version)이 새롭게 시작된다.
어느 쪽으로 바카라장에 꽂아도 앞표지가 되는 이 작은 바카라은, 두 개의 문화가 하나의 식탁에서 만나는 과정을 꼭 닮아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슥슥 넘기는 시대라지만, 손바닥만 한 바카라을 직접 180도 뒤집어 읽는 재미는 오직 '종이바카라'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물성일 것이다.
처음 런던의 공기를 마주했던 날부터 새벽녘마다 써 내려간 글들이 모여, 드디어 <영국은 맛있다>라는 이름의 첫 종이바카라으로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영국 음식에 대한 억울한 편견이 조금이나마 녹아내리기를. 그리고 언젠가 비 내리는 런던의 어느 펍이나 작은 찻집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만의 '맛있는 영국'을 꼭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저의 첫 번째 종이바카라 <영국은 맛있다>가 텀블벅을 통해 가장 먼저 독자님들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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