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녀, 다시 결혼을 결심한 이유

ep20 지옥을 탈출한 여자

by윤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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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야, 나랑 결혼할래?”


죽을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 이혼했을 때는. 다시는 결혼 같은 것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외롭게 늙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옥상에 뛰어내릴 만큼의 위험을 무릅쓰고 살지 않겠다고. 가슴속에 새겼다.


결혼했을 때 나의 삶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었다. 가스라이팅과 폭언 속에서.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남는 거였다. 내가 왜 이런 지옥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생을 반쯤 포기한 사람처럼. 넋을 놓고 사는 비참함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근데 사귀는 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 서도준씨가 나에게 청혼하고 있다. 사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다시 결혼한다고? 실감 나지 않는다. 저렇게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서도준씨의 프로포즈 프로젝트(?)는 1주년 기념 여행에서 시작됐다. 기념일답게 예쁘게 입고 사진도 찍고. 서로에게 고마웠던 점도 이야기하고. 평일이라 텅 빈 호텔 수영장에서 단둘이 수영도 하고. 꽤 로맨틱하고도 행복한 시간을 쌓고 있었다.


1주년 기념 만찬을 고민하다가. 족발을 시켜서 먹고 있는데. 갑자기 TV 화면이 지지직거리더니. 프로포즈 영상이 떴다. 그리고 그는 내게 커다란 꽃다발을 건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너무 놀라 가슴이 뛰었다. 족발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영상을 집중했다.


그 영상에는 우리의 1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고 거래할 때 처음 나눴던 메시지부터. 돈을 돌려주기 위해 만났던 카페. 사귀기 전에 갔던 사주 거리. 처음 정식으로 만난 날 찍었던 네 컷 사진. 전국의 풍경이 담긴 여행 사진까지. 투박한 영상 속에 우리의 추억이 담겼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엔. “빛나야. 앞으로 내가 더 반짝거리게 해줄게.”라고 적혀 있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서도준씨를 만나고 난 이후. 인생에 밝은 햇살이 들어온 것 같았던. 그 따스함이 가슴에 퍼져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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