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 출발
서지우가 문을 열었다.
강태성은 남아 손을 흔들었다.
“다들 잘 다녀와”
복도에 나서자 휴게실의 따뜻한 공기가 뒤로 밀려났다.
정거장의 생활 구역은 지구의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발로 걸었고, 벽면에는 각자의 이름과 일정이 표시되어 있었다.
천장에는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고, 공기 순환 장치가 일정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바닥이었다.
사람들은 걷고 있었지만, 정거장의 바닥은 지구의 바닥과 달랐다.
중앙 회전축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회전하는 생활 구역 전체가 미세한 원심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지구 중력의 약 0.82배.
지상에서보다 몸이 조금 가벼웠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12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이준이 걸음을 옮겼다.
발바닥이 바닥을 눌렀다.
평범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복도 끝에 있는 회색 문을 지나면 그 감각도 사라질 것이다.
그 문 너머부터는 무중력 구역이었다.
도윤이 한이준 옆으로 따라붙었다.
“긴장 안 되냐?”
“뭐가?”
“출격.”
“오랫동안 준비했잖아.”
도윤이 벽면을 손으로 짚었다.
“처음 여기 올라왔을 때 기억나?”
“네가 멀미해서 토했던 거?”
“그건 기억에서 삭제해.”
“왜?”
“내 이미지에 안 좋아.”
“이미 없어.”
도윤이 한이준의 어깨를 밀었다.
“너 진짜 변한 게 없다.”
“너도.”
“나는 변했지.”
도윤이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
“살쪘잖아.”
한이준이 웃었다.
“그건 우주 생활 때문이 아니라 감자 때문이고.”
뒤에서 오민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자 욕하지마요.”
“네 감자가 문제야.”
“감자는 죄가 없어요.”
강도윤이 말했다.
“네가 문제야.”
“다들 너무하네.”
복도 끝의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생활 구역의 인공중력은 문을 넘어가지 않았다.
무중력 작업 구역이었다.
벽과 천장, 바닥의 구분이 흐릿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쪽이든 바닥이 될 수 있었다.
통로의 양쪽에는 손잡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벽면에는 장비와 공구가 고정되어 있었다.
서지우가 손잡이를 잡았다.
몸을 가볍게 밀었다.
그녀의 몸이 앞으로 미끄러졌다.
한이준도 뒤따랐다.
발을 바닥에서 떼는 순간, 몸이 아주 조금 떠올랐다.
도윤이 말했다.
“이제부터는 걸으면 촌스럽다.”
“그럼?”
“날아.”
도윤이 몸을 밀었다.
그는 통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오민수가 뒤에서 외쳤다.
“도윤 선배!!”
“왜!”
“벽에 부딪히지 마요!”
“야, 내가 언제?”
쿵.
모퉁이를 돌던 도윤의 어깨가 벽에 부딪혔다.
한이준이 웃었다.
“방금.”
“벽이 움직였어.”
“12년째 같은 벽인데?”
“그러니까 더 수상하지.”
통로 끝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 나타났다.
우주정거장의 외곽 도킹 링이었다.
정거장의 중앙 회전축과 달리 이곳은 회전하지 않았다.
화물선과 탐사선, 보급선이 드나드는 구역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 오늘 화성으로 떠날 우주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한이준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탐사선은 생각보다 작았다.
지구에서 상상했던 거대한 우주선과는 달랐다.
길고 날렵한 선체.
앞쪽에는 화물과 장비를 보관하는 모듈이 있었고, 중앙에는 승무원 거주구역이 있었다.
가장 뒤쪽에는 커다란 추진 모듈이 연결되어 있었다.
선체 표면 곳곳에는 수많은 흠집과 교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새것은 아니었다.
12년 동안 정거장과 함께 운용된 탐사선이었다.
강도윤이 옆으로 다가왔다.
“처음 보면 좀 실망하지?”
“뭐가?”
“생각보다 작잖아.”
“사람 다섯 명 타는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화성까지 가는 데?”
“그러니까 충분하지.”
오민수가 말했다.
“우리 집보다 넓어요.”
도윤이 웃었다.
“네 집에 엔진도 있냐?”
“없어요.”
“그럼 네 집이 더 안전하네.”
오민수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아, 그건 인정.”
탐사선과 정거장을 연결하는 도킹 링에서 낮은 진동이 전해졌다.
냉각 장치가 작동하고 있었다.
전력 케이블과 데이터 라인이 두 구조물을 연결하고 있었다.
서지우가 연결부를 바라봤다.
“저거 12년 된 거 맞지?”
오민수가 대답했다.
“도킹 링 자체는요.”
“교체 안 했어?”
“외부 프레임은 그대로고 내부 모듈은 몇 번 바꿨어요.”
“몇 번?”
“세어보면 열세 번이네요.”
“많네.”
“우주에서는 오래된 게 좋은 거야.”
한이준이 거들었다.
“왜요?”
오민수가 그를 바라봤다.
“이미 고장 날 곳이 다 고장 났으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윤이 말했다.
“그 말 듣고 안심해야 하는 거냐?”
“안심하세요.”
오민수가 웃었다.
“아직 안 고장 났으니까요.”
탐사선 내부로 들어가는 해치가 열렸다.
안쪽은 좁았다.
사람이 겨우 한 명씩 지나갈 수 있는 통로와 양쪽으로 이어진 장비실, 승무원 구역이 전부였다.
한이준은 손으로 벽을 짚었다.
차가웠다.
정거장보다 확실히 좁고 조용했다.
그때 스피커에서 관제센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성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건조했다.
“화성행 A-17 승무원 여러분, 탑승 준비를 시작하십시오.”
“확인.”
“출격 예정 시각은 07시 30분입니다.”
한이준이 시계를 확인했다.
07:05.
25분.
생각보다 시간이 없었다.
오민수가 말했다.
“각자 자리 확인하세요.”
사람들이 움직였다.
한이준은 자신의 좌석으로 향했다.
조종사 강준호는 이미 우주선에 와 있었다.
한이준과 팀원들은 슬쩍 강준호에게 눈 인사를 건넸다.
좌석은 일반적인 의자와 달랐다.
몸 전체를 감싸는 형태였다.
출격 시 가속도가 발생하면 몸을 고정할 수 있도록 어깨와 허리, 다리에 벨트가 연결되어 있었다.
서지우가 맞은편 좌석에 앉았다.
강도윤은 장비 보관함을 확인했다.
오민수는 패널을 열고 전력 상태를 확인했다.
한이준이 좌석에 앉았다.
그 순간 선체 전체에서 낮은 진동이 느껴졌다.
추진 시스템이 기동을 시작한 것이다.
강준호가 조종석에서 말했다.
“주 추진계통 예열 시작.”
오민수가 응답했다.
“전력 정상.”
서지우가 단말기를 확인했다.
“생명유지 정상.”
도윤이 자신의 장비를 확인했다.
“탐사 장비 정상.”
강준호가 말했다.
“좋아.”
준호는 말을 잠시 멈췄다.
“이제 진짜 가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선내 조명이 한 단계 어두워졌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인공중력 해제까지 60초.]
한이준은 손잡이를 잡았다.
서지우도 좌석의 안전장치를 확인했다.
오민수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었다.
태성이 말했다.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30초.]
정거장의 회전 속도가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몸이 가벼워졌다.
발바닥에 닿던 압력이 사라졌다.
한이준의 손가락이 좌석의 팔걸이에서 아주 조금 떠올랐다.
[20초.]
창밖으로 정거장의 거대한 구조물이 보였다.
수십 년의 시간을 견딘 금속 골격.
교체된 패널.
수없이 덧대어진 외벽.
12년 동안 인간이 살아온 흔적이었다.
[10초.]
오민수가 작게 말했다.
“감자 먹고 싶다.”
서지우가 웃었다.
“지금?”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잖아.”
“그 말 하지 마.”
[5초.]
도윤이 말했다.
“모두 준비.”
[3.]
한이준의 몸이 좌석에 고정됐다.
[2.]
선체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1.]
인공중력이 사라졌다.
한순간이었다.
몸이 바닥에서 떠올랐다.
볼펜 하나가 천천히 공중으로 올라갔다.
창밖에서 떠다니던 작은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관제센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성행 A-17.”
잠시 정적.
“출격 체크를 시작합니다.”
도윤이 대답했다.
“준비 완료.”
“항법.”
“정상.”
“추진.”
“정상.”
“통신.”
오민수가 말했다.
“정상.”
“생명유지.”
서지우가 대답했다.
“정상.”
“탐사 장비.”
한이준이 대답했다.
“정상.”
잠시 후 관제센터에서 말했다.
“도킹 클램프 해제 준비.”
정거장과 탐사선을 연결하고 있던 네 개의 거대한 클램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선체를 타고 전해졌다.
한이준은 창밖을 바라봤다.
화성이 보였다.
붉었다.
수없이 바라본 행성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부터는 저 행성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관제센터에서 마지막 통신이 들어왔다.
“화성행 A-17, 출격을 승인합니다.”
강준호가 두 손을 조종간 위에 올렸다.
“확인.”
잠시 후.
“분리한다.”
도킹 클램프가 풀렸다.
아주 작은 진동이 선체를 타고 지나갔다.
정거장에 붙어 있던 탐사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밖에서 정거장이 조금씩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