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어디까지 변해도 같은 몸인가

몸, 인간을 다시 묻다. 17

by호시우행

오래 신던 신발을 다시 신었는데 발이 불편할 때가 있다. 신발을 벗어놓고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발에 닿는 자리가 예전과 다르다. 발의 모양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살이 붙거나 빠졌을 수도 있고, 걷는 방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하나씩 찾아내기는 어렵지만 예전의 발과 지금의 발이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몸은 이런 변화를 매일 겪는다. 아이는 자라고 어른의 몸도 조금씩 달라진다. 상처가 생겼다가 아물고, 운동을 하면 몸을 움직이는 힘이 달라지며, 나이가 들면 관절의 움직임이나 눈의 상태도 예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를 지나온 몸을 여전히 내 몸이라고 부른다. 달라졌는데도 같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얼굴의 모양도 다르고 키도 다르며 몸의 움직임도 달랐을 것이다. 몸속을 들여다보면 변화는 더 많다. 우리 몸에서는 수많은 세포가 죽고 새로 만들어진다. 미국 국립일반의학연구소는 정상적인 세포 활동의 일부로 사람의 몸에서 하루 약 3,300억 개의 세포가 죽고 교체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혈액세포와 장을 둘러싼 세포처럼 비교적 빨리 바뀌는 세포가 있는 반면, 뇌와 눈의 일부 세포처럼 아주 오래 유지되는 세포도 있다.


몸 전체가 한꺼번에 새것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세포가 서로 다른 속도로 변하고, 그 사이에서 몸은 계속 살아간다. 몸의 어느 부분은 빠르게 달라지고 어느 부분은 오래 남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하나의 몸으로 경험한다. 계속 달라지는 몸을 우리는 왜 같은 몸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이 질문은 오래된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것이 변하면서도 같은 것으로 남는 문제를 생각했다. 머리카락의 색이 달라졌다고 해서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달라져도 같은 사람인지 묻기 시작하면 간단한 답을 찾기 어렵다. 몸에서는 그 어려움이 더 선명하다.


키가 자라는 변화와 병으로 몸의 기능이 크게 달라지는 변화는 같지 않다.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과 몸의 일부를 잃는 것도 다르다. 어떤 변화는 겉모습을 바꾸고, 어떤 변화는 움직이는 방법을 바꾸며, 어떤 변화는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꾼다. 그런데 우리는 그 변화들을 하나씩 떼어 다른 사람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일어난 일로 받아들인다.


과학은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DNA가 있고, DNA에는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다. 유전자는 몸의 여러 특징과 기능에 관여하지만 몸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세포도 어떤 세포인지,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활동하는 유전자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몸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먹는 것, 움직임, 잠, 질병, 나이, 주변 환경 같은 여러 조건도 함께 작용한다.


몸은 하나의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진 물건과 다르다. 근육세포는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신경세포는 정보를 전달하며 피부를 이루는 세포는 몸을 보호한다. 같은 몸 안에 있지만 맡은 일이 다르다. 서로 다른 부분들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신호를 주고받고, 그 관계 속에서 하나의 몸이 유지된다.


‘같은 몸’이라는 말은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뜻이 아니다. 몸은 계속 달라지지만 그 변화들이 하나의 삶 안에서 이어진다는 뜻에 더 가깝다. 몸은 멈춰 있는 하나가 아니라 변하면서 이어지는 하나다.


우리는 그 변화를 하나씩 기억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손톱이 언제 자랐는지, 피부의 어느 세포가 언제 바뀌었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지금의 몸은 알아차리지 못한 수많은 변화를 지나 여기까지 온 몸이다.


현재의 몸만 바라보면 지나온 시간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함께 놓고 보면 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어린 몸과 지금의 몸은 서로 다르지만 완전히 끊어진 것도 아니다. 어제의 몸이 오늘의 몸으로 이어지고, 오늘의 몸도 앞으로 달라질 몸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몸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나’라는 생각도 조금 달라진다. 평소에는 지금의 몸을 나라고 생각한다. 거울에 비친 얼굴, 오늘의 걸음, 지금 느끼는 통증과 피로를 내 몸의 상태라고 여긴다. 그런데 지나온 몸을 함께 생각하면 나는 어느 한 순간의 모습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어린 몸도 나였고, 젊은 몸도 나였으며, 지금의 몸도 나다.


자신을 바라보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지금의 몸만 보는 대신 지나온 몸과 앞으로 달라질 몸까지 함께 생각하면 ‘나’라는 말도 한순간의 모습보다 긴 시간을 품게 된다. 몸이 변한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겪으면서도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한 모습에 가두지 않게 한다.


몸의 변화는 때때로 불편하고 두렵다. 예전에는 쉽게 하던 일을 지금은 힘들게 할 수도 있고, 익숙했던 움직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젊었을 때의 몸을 기준으로 지금의 몸을 바라보면 달라진 몸이 자꾸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달라진 몸을 살아온 시간과 함께 바라보면 다른 모습도 보인다. 약해진 몸도 살아온 몸이고, 아픈 몸도 살아온 몸이며, 달라진 몸도 그동안의 시간을 품고 있다.


여기에서 몸을 대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생긴다. 몸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계속 만들어야 할 대상으로만 보면 늙음과 질병과 장애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된다. 몸은 내가 돌보고 움직일 수 있지만 몸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시할 수는 없다. 숨을 쉬고 잠을 자는 일부터 상처가 아물고 면역계가 반응하는 일까지 몸은 내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도 계속 살아간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몸의 모든 일을 내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나의 것이면서 동시에 나의 통제를 넘어선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나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주인으로서의 나만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생명 안에서 살아가며 내 힘으로 조절할 수 없는 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나를 보게 된다.


영성은 몸을 떠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실을 오래 바라보는 데서 시작될 수도 있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고,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몸을 돌보며, 몸의 변화와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몸을 내 뜻대로 만들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을 때 생명 앞에서 조금 다른 태도가 생겨난다.


그 태도는 다른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나 역시 계속 달라지는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몸만 고정된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몸의 속도와 모양과 기능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삶 전체를 다르게 평가할 수도 없다. 변하는 몸을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조건이기 때문이다.


몸은 나 혼자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몸이 달라지면 필요한 공간과 도구가 달라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도 생긴다. 몸의 변화가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과 주변 환경이 만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같은 계단도 어떤 몸에게는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지만 다른 몸에게는 넘어야 할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다.


‘같은 몸’이라는 말에는 결국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계속 달라지고 있지만 그 변화는 끊어진 조각처럼 흩어지지 않는다. 세포가 바뀌고 모습이 달라지고 힘이 줄어들어도 그 몸은 자신의 시간을 지나며 하나의 삶을 이어간다. 나는 변하지 않는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몸으로 계속 살아간다.


그래서 몸이 어디까지 변해야 더 이상 같은 몸이 아니게 되는지를 숫자로 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변화는 작고 어떤 변화는 크며, 사람마다 그 변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분명한 것은 몸이 변하는 동안에도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몸은 지나온 몸과 이어져 있고, 앞으로 달라질 몸과도 이어져 있다.


몸의 변화는 내가 누구인가를 한 번 정해놓고 지키는 일이 아니라, 계속 달라지는 생명 속에서 나를 다시 이해하게 하는 과정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몸과 같지 않고 내일의 몸과도 같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내 삶을 이어간다. 몸은 달라지면서도 나의 삶을 계속 품고 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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