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까지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을 다루었습니다. 저는 이 바카라들을 공부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 글쓰기와 소설 쓰기에 큰 도움이 된 바카라들입니다. 함께 읽어 주신 분들에게도 부디 유익한 시간이었길 빕니다. (궁금하신 분은 연재북의 앞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작법서의 글쓰기 이론에 저의 경험과 생각을 엮어서 연재북을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에 다룰 바카라은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일을 하신 전문 편집자이자 여러 권의 바카라을 출간하신 작가 김정선 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입니다. 이미 읽고 공부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작가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아주 유용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글을 쓰면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함께 확인하시고 고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바카라의 예문과 저의 예문이 섞여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대한'은 동사 '대하다'의 관형형입니다.
1) 마주 향하여 있다.
예문) 그는 벽을 대하고 앉아서 명상에 잠겼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예문)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한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예문)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해 보자.
문제는 3)의 의미로 '-에 대한(대해)'를 여기저기 남발하는 것입니다. 바카라에 나온 예시를 그대로 빌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가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미래에 맞서기가 불안하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과대망상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 과대망상을 증명해 줄(밝혀 줄) 증거를 찾았다.
부모에 대한 반항이 점점 심해진다.
-> 부모에게 맞서 반항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 부모에게 반항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
'-에 대한(대해)'을 남발하면 문장이 모호해지고 글의 의도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는 이를 작가의 게으른 태도라고 일갈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작가라면 자신의 생각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내려고 노력해야겠죠. 앞으론 '-에 대한(대해)'에 기댄 표현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표현으로 바꿔 봅시다.
'-에 대한'이라는 추상적인 표현 대신,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서술어를 활용해 보세요.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
→ 환경 오염을 경계하는 마음
→ 환경 오염이 삶을 위협한다는 위기 의식
→ 환경 오염이 가져올 재앙에 대한 두려움
조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훨씬 매끄러워집니다.
성공에 대한 갈망
→ 성공을 향한 갈망 / 성공하려는 의지
서로에 대한 신뢰
→ 서로를 향한 신뢰 / 서로간의 신뢰
'-에 대한(대해)'을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남발하면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영어의 'one of the ~'를 직역한 투박한 표현으로, 우리말의 간결함을 해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실 많은 작가들이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듯 우리말은 문맥상 복수임을 알 수 있다면 굳이 '-들'을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중 하나(한 사람)'라는 군더더기를 빼는 것만으로도 문장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그는 내가 아는 작가들 중 한 사람이다.
→ 그는 내가 아는 작가다.
이것은 올해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이것은 올해 발표된 작품입니다.
'같다'는 비유적인 표현(예: 첼로의 저음은 고서에서 나는 나무 냄새 같다)에서나 추측하는 말(예: 창밖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에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같다'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같다'의 늪에 자주 빠지곤 하지요. (주로 댓글을 쓸 때 그러더라고요. -,-;)
'같다'를 남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카라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비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인 거죠.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배려와 겸손'이 과하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독단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라고 생각하는 거죠.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동시에 말이나 글에서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확신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까지 '같다'를 쓰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 의견이나 판단을 말할 때 관습적으로 붙이는 '같다'를 제거하면 문장이 훨씬 당당하고 명확해집니다.
오늘은 몸이 피곤한 것 같아요.
→ 오늘은 몸이 피곤합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
이번 기획안은 방향이 잘못된 것 같아요.
→ 이번 기획안은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
약속 시간이 이미 지난 것 같아요.
→ 약속 시간이 이미 지났습니다. (분명한 사실이나 이미 결정된 사항)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도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겠습니다!
* 밀리의 서재 우수창작상 수상작 <돈 워리> 출간!
바카라읽는 엄마의 보석창고 작가님께서 <돈 워리>의 서평을 써 주셨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작가님 서평 링크입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8aadaac8bb0b4bc/661
* 아래는 '밀리의 서재' 링크입니다.
https://short.millie.co.kr/cctx7l
* 밀리의 서재 출간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인형수집가>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발행되었습니다. 제목은 '가족 해지 통보서'입니다.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 댓글, 밀어주리 부탁드려요!
https://short.millie.co.kr/qm23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