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까지 '작품이 되는 법 시리즈'의 '첫 문장의 힘, 시점의 힘, 묘사의 힘, 퇴고의 힘'을 다루었습니다. 네 권의 작법서를 통해 문학적인 글, 특히 소설을 쓰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배워 보았습니다. 저는 이 바카라들을 공부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 글쓰기와 소설 쓰기에 큰 도움이 된 바카라들입니다. 함께 읽어 주신 분들에게도 부디 유익한 시간이었길 빕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법서의 글쓰기 이론에 저의 경험과 생각을 엮어서 연재북을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이번에 다룰 바카라은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 일을 하신 전문 편집자이자 여러 권의 바카라을 출간하신 작가 김정선 님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입니다. 이미 읽고 공부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작가라면 꼭 알아두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아주 유용하더군요. 이번 기회에 글을 쓰면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들이 무엇인지 함께 확인하시고 고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바카라의 예문과 저의 예문이 섞여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있다'는 동작을 나타낼 땐 동사, 상태를 나타낼 땐 형용사입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 동사
그 사람과 만난 적이 있다. -> 형용사
그 밖에 보조 동사로 쓰이기도 하는데 '출발하고 있다, 도착하고 있다, 의미하고 있다'처럼 행위가 진행될 수 없는 동사에는 '있다'를 붙일 수 없으니 주의하십시오.
그런데 문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음에도 '있다'를 사용하면 문장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고치도록 노력해야겠죠?
멸치는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 멸치는 바싹 마른 상태였다.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
-> 눈으로 덮인 마을
예문을 보시면 '있다'가 군더더기 표현이라는 것을 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진행 중인 상황'이나 '상태'를 강조하고 싶어서 습관적으로 '-고 있다', '-어 있다'를 붙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있다'라는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의 호흡이 훨씬 간결해지고 단단해집니다.
영어의 진행형이나 수동태를 직역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우리말다운 리듬을 찾읍시다. 문장을 다 쓰고 나서 '있다'를 지워도 의미 전달에 지장이 없는지 자문해 보세요. 만약 지웠을 때 문장이 더 힘 있게 느껴진다면, 그 '있다'는 미련 없이 버려도 좋은 군더더기입니다.
< 추가 예문 >
비가 내리고 있는 오후 -> 비 내리는 오후 (진행의 의미가 '내리는' 안에 이미 포함됨)
살아 있는 생물 -> 생물 (의미 중복을 피함)
화가 나 있는 표정 -> 화난 표정 (감정 상태를 직접 형용사화)
1. '동사'를 '명사'로 가두지 않기
문장의 주인은 주어와 서술어가 되어야 합니다. "요청이 있었다", "연습이 있었다"처럼 동사를 명사 형태로 바꾸고 그 뒤에 '있다'를 붙이면 문장이 무거워집니다. 문장의 핵심 동작(술어)을 제대로 살리면 문장에 활력이 생깁니다.
수정 전: 위원회 측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수정 후: 위원회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어지고 있었다"는 영어식 진행형(-ing)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이미 완료된 상태나 지속되는 상태를 나타낼 때 '있었다'를 빼도 시제 전달에 문제가 없다면, 과감히 삭제하는 것이 문장을 훨씬 단단하게 만듭니다.
수정 전: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수정 후: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주어를 감추려다 보니 "연습이 있었다" 같은 어색한 표현이 나옵니다. "누가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찾아 연결하면 훨씬 명료해집니다.
수정 전: 이번 공모전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었다.
수정 후: 많은 사람이 이번 공모전에 관심을 보였다.
'있다'가 반복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표현들이 있습니다. '-관계에 있다', '-에(게) 있어', '-하는 데 있어'. '-함에 있어', '-있음(함)에 틀림없다' 등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중독성이 강해 습관적으로 쓰게 됩니다. 저 역시 '-있음(함)에 틀림없다'를 즐겨쓰곤 했는데요. 억지로 이 표현들을 쓰기 위해 문장 전체를 어색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수정 전: 그는 나와 오랫동안 협력 관계에 있었다.
수정 후: 그는 나의 오랜 협력자였다. (또는 그는 나와 오래 협력했다.)
수정 전: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삶 그 자체다.
수정 후: 나에게 글쓰기는 삶 그 자체다.
수정 전: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수정 후: 이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수정 전: 그가 이 일을 꾸몄음에 틀림없다.
수정 후: 그가 이 일을 꾸민 게 분명하다. (또는 꾸몄다.)
다음 글에서도 글을 쓸 때 자주 실수하는 표현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규칙을 따르는 편이 낫다.
-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밀리의 서재 '우수 창작상' 수상작 <돈 워리>
초단편 옴니버스 소설이 궁금하다면 지금 감상해 보시고 평점과 한 줄 리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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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의 서재 출간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인형수집가>의 새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읽고 밀어주리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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