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도 폰을 못 놓는 이유

팀원 땐 몰랐던 팀장의 진짜 휴가

by커리어 노트


팀원 시절, 휴가지에서까지 노트북을 열어 보는 팀장님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휴가는 온전히 나의 시간이고, 회사 일은 회사에 두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팀장이 되어 첫 휴가를 떠난 날, 나는 공항 라운지에서 나도 모르게 팀 메신저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그날 알게 됐다. 팀장의 휴가는 팀원의 휴가와 근본적으로 다른 무게를 지닌다는 것을 말이다.



팀원의 휴가와 팀장의 휴가는 다르다

팀원의 휴가는 '내 업무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 내가 맡은 일만 인수인계하면, 그 기간 동안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나의 바카라임 밖이다. 그래서 팀원 시절의 휴가는 온전히 비울 수 있었다.


그러나 팀장의 휴가는 '멈춤'이 아니다. 팀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팀은 돌아가고, 고객은 연락하고, 위에서는 결정을 요구한다. 팀장이 없는 동안 생긴 문제는 결국 팀장이 돌아와 수습해야 한다. 그래서 팀장은 휴가지에서도 '지금 팀이 괜찮은지'를 본능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폰을 놓지 못하는 것은 일 중독이 아니라, 바카라임의 무게가 물리적 거리로는 내려놓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팀장이 폰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

여기서 반전이 있다. 팀장이 휴가 중에도 계속 개입하면, 사실은 팀에게 더 나쁘다. 팀장이 없어도 굴러가는 팀을 만드는 것이 진짜 리더의 일이기 때문이다. 팀장이 휴가지에서까지 모든 결정을 내려주면, 팀원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키우지 못한다. 팀장의 부재는 오히려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팀장이 되어 몇 번의 휴가를 겪어 보고서야 알게 됐다. 폰을 못 놓는 것은 바카라임감이지만, 폰을 놓을 수 있게 팀을 만들어 두는 것은 그보다 높은 수준의 바카라임감이라는 것을. 진짜 잘 짜인 팀은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오히려 그 진가가 드러난다.



휴가 전에 팀장이 해야 할 세 가지

첫째, 판단 기준을 미리 넘겨준다. "이런 상황이면 A로, 저런 상황이면 B로 대응하면 된다"는 기준을 미리 공유하면, 팀원은 팀장 없이도 결정할 수 있다. 세세한 지시가 아니라 판단의 원칙을 넘기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의사결정 대리자를 지정한다. "내가 없는 동안 급한 결정은 OO님과 상의해 진행하라"라고 명확히 정해두면, 팀원들은 혼란 없이 움직인다. 권한을 위임받은 팀원도 그만큼 성장한다.


셋째, 연락 기준을 정해둔다. "이 정도 사안은 메시지 남겨두면 복귀 후 처리, 이 정도는 전화"라는 기준을 정하면, 팀장도 불필요한 확인을 줄이고 팀원도 눈치 보지 않는다.


팀원 시절 이해하지 못했던 팀장님의 그 불안한 휴가가, 이제는 온전히 이해된다. 하지만 동시에 알게 됐다. 가장 좋은 팀장은 휴가지에서 폰을 붙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폰을 내려놓아도 팀이 잘 돌아가도록 평소에 만들어 둔 사람이라는 것을. 다음 휴가에는 폰을 조금 더 멀리 둘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 그것이 팀장의 진짜 숙제다.

이전 17화팀원이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