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성공이라 믿었던 생각이 깨지는 순간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란 MZ세대가 관리직 승진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다. 2030 온라인 게임인 3명 중 1명이 팀장 자리를 원하지 않는 시대, 오랜 온라인 게임생활을 한 나의 눈에 이 현상은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의 냉정한 거부는 바카라임만 무겁고 권한은 적은 리더의 현실을 꿰뚫어 본 합리적 선택이다. 팀장이 된 후에야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Q1.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란 무엇인가?
A. MZ세대가 관리직 승진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다. 바카라임은 무겁고 권한은 적으며, 번아웃 리스크가 크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비롯된다. 단순한 기피가 아닌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Q2. 왜 MZ세대는 팀장이 되기 싫어하나?
A. 실질적인 권한 없이 바카라임만 커지고, 위아래 모두의 기대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다. 팀장이 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봐온 세대이기 때문에 더 냉정하게 판단한다.
Q3. 언보싱 현상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A. 유능한 실무자가 관리직으로 올라오지 않으면서 리더 파이프라인이 약해진다. 동시에 남아있는 팀장들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Q4. 팀장 기피 현상, 막을 수 있나?
A. 단순한 보상 강화로는 어렵다. 팀장 자리의 실질적인 권한을 명확히 하고,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관리직의 매력을 설득하기 전에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Q5. 팀장을 거부하는 팀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A. 설득하려 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먼저 들어야 한다. 이미 팀장 자리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식이다.
요즘 기업의 팀장들이 모이면 약속이나 한 듯 털어놓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성과도 좋고 후배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운 MZ세대 석세서(Successor)들을 불러 슬슬 다음 단계인 리더 직무를 제안할 때의 이야기다. 놀랍게도 90% 이상의 팀장들이 면담 후 똑같은 고충을 토로한다. 리더의 제안을 받은 MZ들의 대답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팀장은 아직 생각이 없어요. 지금처럼 실무를 하며 제 전문성을 키우는 게 훨씬 좋습니다." 내가 처음 온라인 게임에 들어왔을 때는 리더가 되는 것이 당연한 목표이자 커리어의 정점이라고 믿었었기에, 이 집단적인 거부 현상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 하는 일이 좋다"는 실무자들의 고백은 결코 태만이나 회피가 아니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이 현상에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라는 뚜렷한 이름까지 붙였다. 관리직 승진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실무자로서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2030 온라인 게임인 3명 중 1명이 팀장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통계는, 이것이 특정 개인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 시대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들여다볼수록 그들의 냉정한 판단에는 틀린 말이 없었다.
팀장이 된 후 내가 감당해 온 날들을 돌아보니 왜 이 자리를 원하지 않는지 너무나 잘 설명됐다.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을 그대로 팀에 전달할 수 없고, 팀원들의 불만을 그대로 위로 올릴 수도 없다. 그 고독한 샌드위치가 된 상황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팀원이 실수하면 온전히 팀장의 무능이 되고, 팀원이 잘하면 당연한 결과 취급을 받으며 팀장 덕분이라는 말은 인색하다. 게다가 실무에서 손을 떼는 순간,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느꼈던 날카로운 성취감마저 희미해진다. 권한은 줄어들고 바카라임만 비대해진 자리를 가까이서 본 세대가 "굳이 왜?"라고 묻는 건 지극히 합리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장 자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이 분명히 존재함을 말하고 싶다. 내가 직접 만든 결과물은 아닐지라도, 내 피드백을 거친 팀원 한 명의 커리어 방향이 단단하게 달라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경이로움이 있다. 또한 혼자서는 절대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팀원들과 함께 굴려내는 경험은, 개인 플레이어 시절의 성취감과는 차원이 다른 깊은 울림을 준다. 조직이라는 거대한 유기체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거시적인 시야를 갖게 되는 것도 이 자리가 주는 값진 선물이다.
또한, 이 선물 같은 시간들을 통과하며 비로소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진짜 리더가 된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인간 유형이 존재하며, "다 나 같지 않구나, 저럴 수도 있겠구나"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내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 처음엔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팀원들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이 배려는 회사 담벼락을 넘어 내 인생 전체로 확장되었다. 가족을 이해하고, 내 자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포용하게 만든 힘은 결국 내가 팀장을 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 고독한 시간들에서 나왔다. 나는 솔직히 업무적인 부분보다 인간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큰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팀장이 되기 싫다는 팀원들에게 설득이나 훈계 대신 진짜 리더로서의 실전 가이드를 건네야 한다. "지금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 다만 언젠가 해보고 싶어질 때 선택할 수 있도록 네 실무 능력은 계속 날카롭게 유지해 두자"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른의 태도다. 그리고 덧붙여야 한다. "출근해서 주변의 리더들을 유심히 관찰해. 좋은 모습의 리더를 보면 '나도 저 자리에 가면 저렇게 해야지' 다짐하고, 나쁜 모습의 리더를 보면 '아, 저 사람은 지금 불안해서 저러는구나, 자기 생각만 하는구나'라고 메모해 두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라고 말이다. 이 예방주사 같은 시뮬레이션들은 훗날 진짜 리더가 되었을 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엄청난 무기가 된다. 이건 정말 나의 찐 경험으로 비롯된 조언이다.
팀장을 기피하는 시대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더라는 자리는 사람을 품고 인생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샌드위치처럼 끼어 고독함을 견디고 있을 동료 팀장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팀원들의 서툰 발걸음을 지켜보고, 나와 다른 인간을 품어내며 치열하게 보낸 그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것은 이력서의 직급이 아닌, 우리 인생 전체를 단단하게 지탱할 위대한 근육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팀을 위해 고뇌하는 모든 리더의 묵직한 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