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깨달은 나의 성향
지난 30여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내 안에는 무언가 꼬여 있는 것을 풀고 막혀 있는 것을 뚫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문제 해결의 성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성향을 마주한 끝에 나는 나를 프로세스 설계자로 정의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일하는 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혼란을 피하는 대신 무질서한 흐름 속에 질서를 만들고 체계를 세우는 설계의 길을 택했다. 그렇게 나의 정체성은 AX(AI 전환) 프로세스 설계자로 한 단계 더 확장되었다.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남을 위한 설계로
그 성장 과정을 담아 온라인카지노와 링크드인에 글을 연재했고 작년에 시즌 1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고민이 생겼다. 나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제는 나만의 이야기를 넘어 독자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진짜 문제를 다루는 단계로 나아가야 했다.
그렇게 기획한 것이 바로 가상 미니 컨설팅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이 AI를 쓰며 겪는 실제 고통을 찾아냈다. 그 고통을 가상의 사례로 구체화해 내 방식대로 풀어보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두려웠다. 난생처음 시도하는 형식이었고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막막했다. 내가 과연 유의미한 시각을 줄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나는 꽤 오랫동안 번역 프로젝트가 바쁘다는 핑계 뒤로 숨었다. 하지만 새해가 밝으며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막막함을 지우는 도구, T.A.D
새해 첫날 나는 딥 리서치를 통해 사람들이 현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지점들을 찾아냈다. 전문가로서의 신뢰가 무너지고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며 결국엔 자기 효능감마저 잃어가는 3가지 페인포인트였다.
다뤄야 할 문제는 명확해졌지만 여전히 막막함은 남아 있었다. 그때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내가 이미 정립해 둔 T.A.D 프레임워크였다.
T.A.D는 Translate, Analyze, Design의 약자다. 고객의 고통을 설계자의 언어로 번역하고 원인을 해부하고 프로세스를 재배치하는 틀이다. 나는 이 도구를 가상 컨설팅에 맞게 적용하여 단계별 절차를 수립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부터 일어났다. 그 틀에 문제를 하나씩 집어넣자 거대해 보이던 두려움이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막연한 걱정이 구체적인 과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문제를 푸는 사람의 기쁨
틀이 잡히니 속도가 붙었다. 3가지 페인포인트를 하나하나 파헤치고 재설계하는 과정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운 과정이었다.
엉켜 있던 업무 흐름을 펴주고 도구의 위치를 바꿔주며 이제야 말이 되네라고 무릎을 칠 때마다 가슴속이 후련해졌다. 부담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엔 문제를 풀어낼 때 느끼는 명쾌함만이 남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나는 역시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해결의 열쇠는 뛰어난 직관이나 요령이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단단한 프로세스에 있었다.
이 작은 실험이 AI라는 낯선 도구 앞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었기를 바란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복잡한 문제를 쪼개고 엉킨 것을 풀고 다시 조립할 것이다. 그것이 프로세스 설계자인 내가 세상을 만나는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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