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마네킹

3장 [미지의 경로] 18화

by아제


"저는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아마도... 마네킹으로요."

마네킹 공장에 취직한 조나단은 일주일째 마네킹 하나와 씨름하고 있었다. 하루에 서너 개씩 만들어야 했는데 말이다.


"우린 예술이 아니라 생산량이 필요하다고!" 상사가 버럭 화를 냈다.

"품질은요? 스타일과 우아함은요? 그건 시간이 걸린다고요!" 조나단은 항의했다. 그리고 바로 잘렸다.


30여 년 전 개봉된 "마네킹"이라는 영화 이야기다.

가죽 잠바에 카키색 넥타이를 매고 오토바이를 타던 그는 창의성의 화신 같았다.


조나단이 만든 마네킹에는 고대 이집트 공주의 영혼이 깃들었다. 그는 사람으로 변한 마네킹과 사랑에 빠졌고, 창의적인 쇼윈도 디스플레이로 망해가던 백화점을 살려냈다. 우여곡절 끝에 사람이 된 마네킹과 결혼까지 했다.


영화를 본 건 대학생 때였다.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던 내내 "저는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라는 조나단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래, 결심했어! 나도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할 거야!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주먹을 불끈 쥐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창의적인 일?


경영학 전공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일이 뭐가 있지?


패션 MD에 관심을 가졌다. 나름 옷을 좋아했으니까.

"선배, 패션 MD 어때요? 멋있어 보이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글쎄?... 네가 할 만한 일일까? 대부분 옷장사 하시던 분들이 하는 거 아닐까? 아마 대학 나온 사람, 특히 경영학과 나온 사람은 그 포지션으로 뽑지도 않을 걸?"

"음... 제가 갈 길은 아닌가 보네요." 포기했다.


광고회사에도 관심이 갔다. 그쪽에 다니는 선배들이 꽤 있었다.

"선배! 광고회사 일 재미있죠? 맨날 아이디어 회의하는 거 아니에요?"

"근데 그건 크리에이티브 쪽에서 하는 일이고 우리 쪽은 그냥 맨날 밤새는 게 일이야. 아, 어제도 밤샜더니 졸려 죽겠다."

광고 회사도 곧바로 포기했다.


그러다 한 선배를 통해 경영 컨설팅을 알게 됐다.

"컨설팅이라고 알아? 이제 막 한국에 들어오고 있는데, 기업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야. 앞으로 엄청 뜰 거야. 새로운 전문직이라니까?"

"그럼 창의적인 사고도 필요하겠네요?"

"당연하지! 근데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그리고 엄청 빡세게 굴려. 대신 급여는 셀 거야."


뭔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월급도 많이 준다고? 그럼, 밤을 좀 새워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년의 준비와 시행착오 끝에 외국계 컨설팅사에 입사했다.


"드디어 나의 창의성을 펼쳐 보이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였다.

입사 1주일 만에 눈으로는 재무제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키보드로 숫자를 입력할 수 있었다.


"숫자는 이렇게 나왔지만... 혹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봐도 되는 거 아닐까요?" 나름 창의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해서 몇 번 말을 꺼냈다.

"숫자를 믿지 않고 뭘 믿으라고요? 그럼 분석을 왜 해요? 잔말 말고 아까 시킨 분석이나 제대로 해 오세요! 숫자도 다 틀렸구먼." 잘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도 생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까다로운 클라이언트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창의력,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해결할 수 있다고 포장하는 창의력, 또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해결된 것으로 무마하는 창의력에 힘을 쏟아야 했다.


이후 수많은 온라인 게임과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우리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해보자”는 조나단과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다.

"우린 예술이 아니라 생산량이 필요하다고!"라며 버럭 화를 내던 조나단의 상사가 되어 있었다.


"영업이 생명이다. 영업이 살아야 회사가 산다! 실적이 안 나오면 잘릴 수 있다! 자, 힘을 내자!" 하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다.


"창의적인 일? 좋지. 재미있지. 근데, 뭐든 돈을 벌어야 말이 되지..." 창의적인 것만으로는 돈이 안 된다는 생각이 이미 내 신경계 말단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창의적인 일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고 팍팍하던 때, 어릴 적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손에 잡았다.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때마침 전문 뮤지션들과도 잠깐 인연이 됐다.


"음, 곡 괜찮은데요? 같이 작업해 볼까요?"

"영광이죠!"

"편곡하고 보컬은 저희가 진행할게요."


그렇게 내가 작사·작곡한 두 곡을 싱글 앨범으로 냈다. 작곡가로 저작권 협회에도 등록했다. 매달 따박따박 저작권료가 나왔다. 경제적 자유를 외치는 강사들이 주장하는 바로 그것! 아무것도 안 해도 따박따박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나도 만들었다. 내 창의성을 발휘해서! 할렐루야!


매달 3원씩 따박따박 들어왔다.


아, 몇 달 전에는 갑자기 큰돈이 들어왔다. 무려 98원. 0원인 달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신기했다. 어쨌든 이 수입도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죽어라 일만 하면서 산 것 같은데... 회사 생활을 마치고 나니까 좀 허무하긴 하네?" 지인들에게 푸념을 해봤지만,

"다 그러고 사는 거야 인마. 난 요새 매일 그렇게 걷는다. 걷는 게 최고로 좋은 것 같아."

"아직도 높은 자리 꿰차고 일하고 있는 놈들이 로또 맞은 거지."

"이제 다들 오래 사는데 앞으로 살아갈 걱정들이나 하셔."

솔직히 다 들으나마나 한 얘기들뿐이었다.


조나단과의 약속을 지키며 사는 방법은 없었을까? 먹고사는 문제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지워야 하는 약속이었을까?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걸까?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는지 몰라. 막연하게 창의적인 걸 해보고 싶었을 뿐이지, 내게 창의성이 막 차고 넘쳤다는 얘기는 아니잖아. 잘못했으면 아예 막다른 골목으로 갔을지 누가 아냐?"

그렇게 생각해 봐도 가슴 한구석은 으슬으슬했다.


"쾅!" 묵직한 것이 내 정수리를 내리쳤다.


보나 마나 하느님이었다.


"악!" 발이 땅 밑으로 쑥 들어가 박혔다.


"쾅!", "쾅!", "쾅!"


뭔가가 계속해서 내 머리를 위에서부터 밑으로 내리박았다.


분명히 해머였다. 못 보던 신무기였다.

오함마?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으아악! 너무한 거 아녜요? 제가 무슨 두더지 게임 속 두더지예요?" 몸은 벌써 절반이나 땅에 꽂혀 들어갔다.


"어떠냐, 나의 새로운 무기! 토르의 해머! 맛이 어떠냐! 크하핫!" 깔깔거리며 아주 좋아 죽었다.


"뻥치지 마세요! 토르가 하느님한테 망치를 왜 빌려줘요! 보나 마나 노란색이겠지!"


맞았다. 단무지 해머였다. 저딴 건 도대체 어디 단무지 공장에서 훔쳐오는 걸까?


"쾅!"


해머가 계속 내리꽂혔다.


"오늘은 뭘... 악!... 어쨌다고 다짜고짜 내리찍냐고요!"


"한심해서 그런다. 한심해서! 이건 뭐 사람인지 마네킹인지, 생각도 없고 영혼도 없고 입만 살아가지고는!"


"입만 살았다뇨! 이 입 덕분에 평생 밥 먹고 살았다고요! "


"그 영혼 없는 입! 먹고살 때는 잘만 떠들다가, 정작 지켜야 할 약속 얘기만 나오면 꾹 닫아버리는 그 입! 그러는 동안 가슴은 텅 비어서... 어휴, 저 가슴에 빵구 난 것 좀 보소!"


"저도 그러고 싶었냐고요! 그리고 가슴에 빵구가 났으면 하느님이 고쳐줘야죠! 왜 말뚝 꽂듯이 패냐고요! 안쓰럽지도 않아요?"


"입 닫아라, 입!! 넌 그놈의 입 때문에, 그리고 그놈의 얍삽한 머리 때문에 그 따구로 평생을 산 거다. 제 심장한테는 미안하다 한마디도 안 하고, 끝까지 잘했다고 우길 거냐? 진짜 한심한 시키! 이야얍!"


"쾅!", "쾅!", "쾅!"


'심장에 미안하다...?'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다. 전쟁터 같은 매일매일의 상황에서 심장까지 챙길 정신이 어디 있냐? 심장마비로 죽지만 않으면 된다! 하면서 그냥 다 밀어붙였지.


"그래... 뭐가 잘 안 될까 봐 무서워서 쿵쾅거릴 때만 심장을 느꼈네. 그러다 보니 심장을 쳐다보는 게 점점 더 두려워져서 심장하고는 멀어졌나 봐.

...생각해 보니 조나단하고 약속을 할 때는 심장이 다른 식으로 두근거렸어. 뭔가를 만들어 낼 뿌듯한 생각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었어!

그랬던 게 바람 다 빠진 풍선처럼 죄다 쪼그라들었구나. 바람만 빠진 게 아니라 빵구까지 크게 났다니 뭐 할 말이 없네. 음... 그래도..."

창의적인 일을 해 보려고 했던 것까지는 맞지 않냐.


"시도는 해봤다고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 네 심장한테 말해야지! 네 심장은 이미 진작에 죽었다니까? 크크!! 오늘 너도 같이 죽자. 어차피 껍데기만 살아 있던 거."


"쾅!", "쾅!", "쾅!"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이제 그냥 죽나? 그래... 죽어도 딱히 여한이 없다. 맨날 고무신으로 맞고, 단무지 방망이로 맞고, 이제는 단무지 해머까지. 근데 맞아도 싼 거 같네. 창의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서 뭔가 표현할 것도 없고 세상에 더 이상 기여할 것도 없는 것 같으니..."


"뭘 끝없이 중얼거리냐!? 이놈의 입은 지치지도 않네. 때리는 내가 더 힘드네! 으하합!!"


"쾅!", "쾅!", "쾅!"


"마음대로 하셔! 나도 이제 모르겠시다. 죽이든지 살리든지 맘대로 하시라고!"

온몸에 힘을 빼고 지그시 눈을 감아버렸다.


"어라? 이제 다 포기한 거냐? 그래, 이것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놈아! 아잣!!"


"휘이이이잉!!!"

단무지 해머가 허공을 가르며 내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스톱!! 스톱!! 안 돼요, 멈추세요!!"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엥?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하느님이 해머로 내려치던 걸 멈췄다.


"스톱이요!! 저 마네킹은 살아 있다고요!"

조나단이었다.


"살아 있다고? 얘가? 에이, 아니야, 조나단!"


"어?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죠? 혹시 저희 만난 적이... 아니, 일단 사람부터 구해야겠어요!"

조나단이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외쳤다.

"저기 보세요. 살아 숨 쉬고 있잖아요... 어? 죽었나? 아닌데? 분명히 말소리가 들렸는데...?"


"아, 그거? 얘는 원래 말하는 마네킹이다. 말 엄청 많아. 근데 다 껍데기야.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죽은 지 오래됐어. 아마 너랑 약속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미 죽었을걸?"


"저랑... 약속이요?"

"응, 너랑 그 뭐냐,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할 거다!'라고 약속하는 척하면서 공수표 날린 놈."


"아! 그 한국 친구! 기억나요. 근데... 공수표요? 아닌데? 그 친구 눈이 빛났거든요? 분명 뭔가 만들어 낼 친구였는데..."

"말도 안 된다. 얘는 그랬던 적 없다. 평생을 마네킹으로 살아온 놈이다."


"저는 진짜 그 눈빛에서 뭔가를 봤는데..."

"설사 봤다 해도 다 지난 얘기다. 이젠 쓸모없는 마네킹일 뿐이다. 부숴버려야 한다. 저리 비켜라. 몇 번만 더 내리치면 끝난다! 에잇!!"


"휘이이이이잉!!!"


"푸걱!" 해머가 구덩이에 박혔다.


"응? 뭐야? 이 시키 어디로 튄 거냐?" 하느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어디 갔죠?" 조나단도 당황했다.


그때,

"휘리리리리릭!!"

옷이 펄럭이는 소리가 공중에서 가늘게 울렸다.


"촤르르르르륵!!"

하얀빛에 감싸인 채 내가 땅으로 사뿐 내려왔다.


"오, 한국 친구! 살아 있었네?"

"조나단!! 진짜 조나단이지?"


심장이 터질 듯이 반가웠다.


"맞아, 나 조나단이야! 한국 친구!! 너무 반가워!! 그동안 잘 지냈어?!"

우린 반가움에 얼싸안고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를 몇 번씩이나 했다.


나는 그제야 조나단의 얼굴을 찬찬히 봤다.

"근데 넌 왜 하나도 안 늙었어?"


"난 영화 속 사람이잖아. 늙는 건 관객이지."

조나단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구덩이 속에... 다 죽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는 조나단이 궁금해했다.


"나도 몰라. 갑자기 정신 차렸더니 공중에 붕 떠 있더라고. 공중급유를 받는 비행기처럼 온몸이 충전되는 것 같았어. 한없이 쪼그라들어 있던 심장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손끝 발끝까지 전기가 쫙 도는 느낌이었어. 너무 신기했어!"


" 아... 혹시?"

조나단이 미간을 좁혔다.


"왜? 뭔데 그래?"

"몇십 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일을... 봤거든."


"진짜?"

"우리 와이프를 맨 처음 만났을 때였어. 마네킹이던 와이프가 공중으로 붕 뜨더니 한참 떠 있더라고. 그러다 지금 너처럼 사뿐 내려왔는데, 사람이 되어 있는 거야. 너무 오래돼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


"영화 속에는 그런 장면이 전혀 없던데?"

"감독이 말도 안 되는 억지라며 편집해 버렸거든. 마네킹이 사람이 되는 건 말이 되는데 공중에 뜨는 건 말이 안 된다나? 창의성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던 감독이었어!"


"정말 신기하다. 그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나중에 와이프가 그러더라고. 나한테는 마네킹을 사람으로 환생시키는 능력이 있대. 내가 아니었으면 평생 마네킹 속에 갇혀 살았을 거래. 어떤 신이 내 능력을 알아보고 자기를 내 앞으로 보내줬다고 하더라고."


"엄청 고마우신 신이네. 누군 마네킹 공주를 사람으로 환생시키고 사랑까지 만들어주는데, 우리 하느님은... 아이고 내 팔자야!"


"어쨌든 너도 죽지 않고 살아났으니 천만다행이야."

"오늘 너 안 만났으면 나는 바로 뒈졌겠네. 어휴, 무시무시하다.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한국에 살지도 않잖아?"


"엊그저께 그 신이 몇십 년 만에 와이프한테 연락했대. 그리고 중요한 일이 있으니 나더러 꼭 한국에 가라고 신신당부했대. 우리를 이어준 신인데 어떻게 거절해?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지."


"그 신이 연락 했다고?"

"응. 갑자기."

"조나단, 혹시 그 신 연락처 알아? 내 목숨의 은인인데 감사 표시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아."

"와이프한테 물어보면 돼. 우리 결혼식에도 오셨던 분이라 나도 얼굴은 한번 봤는데."

"아, 결혼식까지 와주셨었구나. 진짜! 누구랑은 비교 불가네!"


"잠깐만... 아까 그분이잖아?"

"아까 누구?"

"너랑 같이 있던 분 말이야. 어쩐지 낯이 익더라. 그래서 날 아셨구나. 이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

"......!!!!!! 말도 안 돼!! 그 신이 하느님이었다고?!"


머릿속이 띠잉 하고 울렸다.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하느님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나 해서 내가 박혀 있던 구덩이 속을 다시 살펴보았다. 단무지 해머만 푹 박혀 있었다. 손잡이에 작은 쪽지가 매달려 있었다.


"이게 뭐지?"

쪽지를 풀어 펼쳐 보았다.


"새가슴! 또다시 입만 살아 있는 마네킹이 되기만 해 봐라! 언제든지 다시 부숴버릴 거다! 그땐 진짜다! 푸하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까지 협박이다.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두근. 두근.


주식 계좌를 볼 때처럼 쿵쾅거리는 것도, 무서워서 철렁하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시절, 영화관을 나서던 날처럼 부풀어 오르는 두근거림이었다.


그날 밤,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이번 달 저작권료 3원.

왠지 오늘은 그 3원이 하나도 초라하지 않았다.


불을 끄고 누웠다.

심장이 아직도 조금 들떠 있었다.


내일은,

뭔가 새로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다음 화 예고]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

4장 [현실 속의 서핑] 19화


한 달 전 실패했던 피부과 방문을

이번에는 무사히 마친 새가슴.

주차비 복수까지 성공했으니

이제 새로운 날들이 펼쳐지려나.


그러나 며칠 뒤

여친과 통화한 이후

이유 모를 찝찝함에 사로잡힌다.


혼자 불안을 키우며 돌아오는 길,

하느님의 몽둥이 세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여전히 찝찝한 새가슴에게
여친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10월 18일(일)에 발행되는

19화〈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