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가 다시 내게 먹는 용도가 될 것인가

그러지 않으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by환오

글을 얼마나 안 올렸는지 이제는 온라인카지노팀에서 재촉알림이 날아오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뜨끔했다.

아,, 맞다. 오늘 발행일이네? 올리자, 올리자 뭐라도 쓰자.

내 개인사라도 올릴까? 혹시 나를 궁금해하는 작가님들이 계실지도 모르잖아!

몇 달 동안 글을 올리지 않고, 쓰지도 않고 있는데 신기하게 하루하루는 여전히 바쁘고 빈틈없이 돌아간다.

읽어야 할 바카라도, 읽고 싶은 바카라도, 줄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다.


하아.

깔끔하게 정리가 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욕망은(그야말로 욕망이다) 실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초1, 초5 두 아들 뒤치다꺼리에 24시간은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정을 씹어낸다.

어제는 큰 아이가 3개월마다 검진을 가는 치과에서 보낸 문자를 받고 즉흥적으로 불소도포만 받으려 했다.

막상 검진을 하니 그 사이 충치가 생겨 레진치료까지 해야 한단다.

12살 아이는 천장에 틀어놓은 흔한 남매 유튜브에 정신이 팔려 앞으로 자기에게 벌어질 일에는 관심도 없다.

선생님은 우선 마취 없이 해보고 아이가 정 아프다고 하면 마취를 하자는 합의에 이른다.

어금니 레진치료는 약 20분이 넘게 진행됐다.

중간중간 큰 위기가 있었지만 아이는 그때마다 내 손을 꼭 잡으며 참아냈다.

마치 산통을 참아내는 산모처럼.


예정 없는 병원진료는 안 그래도 빠듯한 하루를 더 보람차고 꽉 차게 해 준다.

이렇게 병원이라도 들리는 날은 어느새 저녁 6시가 되어있다.

밥 먹고 숙제까지 언제 다 하노..

몇 년 동안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는 연습을 했던 큰 아이와 다르게 이제 한 학기를 보낸 새내기 둘째는 의자에 앉는 행위가 영 힘든가 보다.


여름방학 전에 둘째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이클래스 앱으로 전화가 왔었다.

뭐지? 큰애 경험상 학교에서 전화가 오는 건 대개 좋은 소식은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는 말이 담임 선생님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리도 통할줄이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받았다. 몇 초동안 머릿속에는 아이가 팬티에 실수를 했다는 상상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씀을 꺼내시는 선생님.


"어머니~튼튼이가 수학을 많이 어려워하는데요, 방학 동안 힘드시겠지만 1학기 복습을 꼭 해주셔야 할거 같아요~~"

"아 네~ 선생님, 안 그래도 수학을 어려워하는 거 같아 2학기 문제집을 사서 예습 중에 있습니다~"

"어머니~ 튼튼이는요, 지금 2학기 문제를 풀면 안 돼요. 1학기부터 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시원하게 진도까지 잡아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조금은 나아갈 방향이 수월해졌다.

가끔 수학 문제를 내면 오답을 내는 게 귀엽게만 보였는데, 이제 귀엽게 볼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과정이 힘들어지지 않게 지도를 해야 할 단계인 거다.

그래도 1학년인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지만 어쩌리오.

라떼와 이미 많이 달라져버린 초등학교 수학과정은(안 믿기겠지만) 1학년부터 말장난을 많이 섞어서 문제를 낸다. 이것은 초등 1학년표 수능 문제인 건가? 싶은 문장제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오늘부로 개학 3일 차인 아이들은 피곤에 지쳐 집에 오지만, 엄마인 나는 오전에 아이들이 떠나고 나면 잠시라도 적막한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 와중에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간간히 하느라 바카라상 앞에 15분 이상 앉아있는 것은 사치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몇 달 동안 올리지 않자 하루는 이런 생각이 꼬꼬무처럼 이어졌다.

하얀 전지를 한 장 산 다음,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내 하루 일과를 다 기록해 볼까?

그러다 보면 틈이 나는 시간을 발견해 예전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발행하지 않을까?

이전 발행글에서 글쓰기에 심각해지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다시금 '궁서체'로 글을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쿵저러쿵해도, 결론은 다시 쓰면 되겠지!
뭘 그리 복잡하노!


2026년 8월 20일 목요일.

무조건 오늘은 발행버튼 내 누르고야 만다! 만다! 만다!(이미 눌렀다아아아아!!!)


추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열렬히 사모해(?) 마지않았던 이 온라인카지노라는 플랫폼에 뜸한 이유를요. 굳이 핑계를 대자면 둘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챙길게 많아지니 정신적으로 부산해진지도 모르겠어요.

몇 달 만에 글을 발행하려니 조금 부끄럽기도 한 이 마음은 뭘까요?ㅎㅎ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