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2> 2화 중반에서 멈춘 이유

혹시 끝까지 보신 분들 계실까요오?

by환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작품이 있다.
성난 사람들 시즌1.
3년 전 나온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대부분 아시아계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백인이 주인공인 미국 시장에서 에미상 8관왕을 받았다.
시즌 1은 10화로 구성되어 있어 길이가 짧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몰아서 진공청소기로 흡입하듯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뒤늦게서야 작품성을 칭찬하고 싶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즌1에 홀딱 빠져 시즌2를 기대한 나 같은 독자들이 혹시나 있는지, 있다면 시즌2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 궁금해서이다.
윤여정, 송강호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잔뜩 부푼 기대로 1화를 열고 2화 중반까지 봤지만,

그만 정지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윤여정 선생님은 1화에서 그녀 다운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등장했다.
아직 송강호 배우는 출연도 안 했다.
우리나라 최고 배우들까지 나오는데, 국뽕은 아니지만 시즌1을 생각하면 시즌2도 그만한 결과물을 뽑아야 한다 생각했나 보다.


'성난 사람들 1'을 본 사람들이라면 으레 짐작하게 되는 스토리.
악착같이 열심히 살아도 결과는 딱히 좋지 않은 서민층을 대변하는 대니(스티븐 연)와 누가 봐도 성공한 사업가지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에이미(앨리 웡)의 계급차이가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룬다.


시즌2에서는 20대 젊은 커플이 등장한다.
건강보험도 가입을 못하는 27살 여자 주인공.
그녀는 갑작스러운 구토로 병원을 찾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말을 의사로부터 듣는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수술하지 않으면 나중에 불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응급상황.

하지만 건강보험도 없는 그녀는 막대한 수술비를 해결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결혼을 계획하는 남자친구 역시 운동을 했지만 슬롯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직업을 갖지 못해 그녀가 일하는 클럽에서 가끔 알바를 하는 정도이다.
그 커플은 일하는 클럽의 자선행사에서 지배인의 지갑을 가져다주는 지시를 받고, 상사의 집으로 향하는데 거기서 우연히 부부의 과격한 싸움을 목격하게 된다.
평소 서로를 존경하며 사랑한다는 그들의 가식적인 멘트와는 다르게 쌍욕이 오가며 피 터지기 일보직전인 상황을 여자는 동영상으로 박아버린다.


이쯤에서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 않는가?
그 동영상으로 협박을 한 여주인공은 클럽에서 골프공을 줍던 허드렛일에서 사무실 근무로 파격 승진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녀의 짧은 학벌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지배인 부부의 싸움 동영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연봉과 건강보험을 챙긴 그녀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 덕분에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바빠진 업무로 남자 친구에게 문자로 이것저것 잡다한 업무를 시키는 주인공.


H&M에서 회사에 입고 갈 만한 옷 좀 사다 줘. 아, 태그는 때지 마. 한 번 입고 반품할 거야.


Stop.
아. 최악이다. 왜 캐릭터를 저렇게 잡은 거지?


내가 꼰대가 되어버린 건가.

능력 없으면 없는 대로 살던가, 새 옷을 한 번 입고 반품하는 마인드는 정상인가?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안 풀리는 이유는 이 망할 놈의 슬롯 시스템 문제라고?
라떼는 말이야 라면서 과거에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그지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개발에 땀나듯 뛰어다녔는지 알아! 같은 일장연설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뛰어넘는 노력을 한 번이라도 해냈는가에 대해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한테 너무 관대한 건 아닌지, 반대로 엄격해서 자신을 학대해서도 안되지만 슬롯 구조 탓을 하기 전에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여자친구는 안정된 연봉과 건강보험 가입을 얻었지만 자기는 얻은 게 하나도 없다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푸념을 늘어놓은 남자친구의 모습도 솔직히 정나미 떨어진다.


그렇다면 시즌1을 폭풍우처럼 휘몰아쳐서 보게 된 매력은 어디 있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주인공 모두에게 적절히 감정 이입이 되었었다.
대니는 대니대로, 에이미는 에이미대로 연민의 감정을 품기에 충분한 서사가 녹여져 있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초반부터 공감력이 한쪽에게 기운다.
심지어 부를 가진 상위층 사람들도 재수 없지만 반대쪽은 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라고 표현이 과격할지도 모르겠다.
고작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 부부싸움 동영상을 협박으로 내민 거라니.
내 스타일은 아니다.

8화까지 남은 나머지 편들을 다 보고 나면 괜찮아질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은 내 갈증을 풀어줄까?


보는 내내 뭐가 그렇게 불편했냐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의 무엇과 맞지 않은 거냐고.


돌이켜보니 나는 '최선을 다하자'라는 본가에서의 가훈을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온 인간이었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에는 승복해야 한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아왔다.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고.
세상은 몰라도 내가 그 노력을 알면 된 거라고.


하지만 그런 노력이 들어가지 않고 그야말로 '꽁'으로 달콤한 열매만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슬롯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때론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슬롯적 구조나 모순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본인에게 과대한 나르시시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착각하면 안 된다.


나보다 높이 올라가 있는 사람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운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정말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다면 '독기를 품은' 그에 상응하는 노력은 두말할 거 없이 당연하다.
시즌2에서 젊은 커플에게 측은지심의 마음을 품지 못하는 나는

아마도 이어서 나머지 드라마를 볼 거 같지는 않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를 끝까지 보고 나서도 알지 못한다면
그때 느끼는 공허감과 실망감이 더 클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1에서 보여줬던 연출력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 감정의 몰입은 충분히 훌륭했다.

내가 시즌2를 이어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보신 분들 중에 댓글을 달아주시면 겸허한 마음으로 재시청 버튼을 누를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연재
이전 10화글태기 오신 분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