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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를 마주하는 마음으로

사노라면의 사부작사부작

by사노라면

​장자의 글 중에는 ‘빈 배’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빈 배와 부딪친다면, 아무리 불같은 성미를 가진 이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배는 그저 비어 있는 배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배 안에 누군가 타고 있다면 그는 당장 피하라고 소리칠 것입니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 화를 내며 삿대질을 하겠지요.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배가 그저 비어 있다면 소리칠 일도, 노여워할 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라는 강을 항해하는 내 마음의 배를 '빈 배'로 비워낼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나와 굳이 맞서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다치게 하거나 상처 입히려 하지도 않을 테지요.


​마찬가지로, 세상을 함께 항해하는 타인의 배를 그저 하나의 '빈 배'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세상과 타인을 향한 우리의 부질없는 화와 원망도 한결 가라앉을 것입니다. 세상으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 또한 스스로 줄여나갈 수 있겠지요.


​마음 한 조각 떼어 물들이고 싶을 만큼 맑고 푸른 가을날입니다.

스스로 빈 배가 되어 떠다니고, 타인의 빈 배를 그저 반가이 마주하는 평온한 오늘을 소망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평화가 머물기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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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김경근/ 수필가, 시인, 캘리그라피 작가. 살아가는 일상을 캘리그라피에 담아 에세이와 함께 연재 중인 수다작가. 시집 : 가을이다 그대 외롭지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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