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보다 먼저 집을 검색했다

집을 꿈꾸다

byseoul

1부. 집을 꿈꾸다

03. 가진 돈보다 먼저 집을 검색했다





2025년 5월 20일

가진 돈보다 먼저 집을 검색했다.


이상한 순서였다.


보통은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계산하고, 그다음에 내가 살 수 있는 집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반대였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 질문부터 시작했다.

서울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서울에 머무르기도 어려웠다.


서울이라는 주소는 남아 있었지만,

그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로웠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잠깐 만나 차 한잔할 사람도,

아이와 함께 어울릴 이웃도 없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서울에서 혼자였다.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립되어 있었다.


그래서 집을 찾으면서 가격만 본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있는 곳.

산이 있는 곳.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곳.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10년 전, 내가 중국어 학원을 다니던 시절 알게 된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4년 동안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꽤 긴 시간이었다.

공부를 하러 갔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었고, 그곳에서 인연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오래 연락을 이어온 사람이 있었다.


화란.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생각했다.


‘거기로 가면 어떨까?’

갑자기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시죠? 선생님.”

“네, 진영 씨. 어떻게 지내세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저, 이사 가려고요.”


“어디로요?”


나는 잠깐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사는 데로 가려고요~”


“어?”


잠깐 정적이 흘렀다.


“진짜요?”


“네.”


“진영 씨가요?”


“네.”


“진짜요? 진짜로?”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와! 너무 좋아요!”


나도 웃음이 났다.


“그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ㅎ”


서울에서 몇 년을 살면서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내가 이사 온다는 말을 듣고 좋아해주는 사람.


그 말 하나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저희도 이사했어요.”


“네?”


나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선생님이요?”


“네. 그 전 집은 팔고 다시 월세 살이 시작했어요.”


“네? 왜 팔았어요? 왜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저희도 벌써 거기 5년 살았어요.”


“벌써요? 진짜?”


나는 웃었다.


“저도 주택 5년 살았잖아요. 5년이 이사 주기인가? ㅎㅎ”


“그러게요. 5년 되니까 지겹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싸게 잘 샀잖아요. 그 가격에 이제 못 사지 않아요?”


“맞아요. 저희 사자마자 집값이 올라가지고 팔기도 잘 팔았어요.”


나는 한숨처럼 웃었다.


“아, 진짜. 그러니까 지금 다 올라서 선생님처럼 좋은 가격에 못 살 것 같아요.”


내가 알아보고 있는 집들의 가격이 머릿속을 스쳤다.


“주말에 집 보러 갈려고요. 약속 없으면 봬요.”


“그래요.”


“선생님 집 진짜 좋았는데.”


나는 예전의 그 집을 기억하고 있었다.


넓은 거실과 탁 트인 뷰.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을 찾은 듯한 공간.


“이번에 보러 가는 집은 1층인데 평수가 좀 작아요.”


“그래요?”


“그런데 가격이… 그냥 한 번 보기나 하려고요. ㅎㅎ”


나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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