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꿈꾸다
2025년 5월 20일
가진 돈보다 먼저 집을 검색했다.
이상한 순서였다.
보통은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계산하고, 그다음에 내가 살 수 있는 집을 찾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반대였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 질문부터 시작했다.
서울을 떠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서울에 머무르기도 어려웠다.
서울이라는 주소는 남아 있었지만,
그곳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외로웠다.
도움을 청할 사람도,
잠깐 만나 차 한잔할 사람도,
아이와 함께 어울릴 이웃도 없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서울에서 혼자였다.
아이와 둘이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립되어 있었다.
그래서 집을 찾으면서 가격만 본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있는 곳.
산이 있는 곳.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곳.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곳.
그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10년 전, 내가 중국어 학원을 다니던 시절 알게 된 사람이었다.
정확히는 4년 동안 중국어 학원을 다녔다.
꽤 긴 시간이었다.
공부를 하러 갔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었고, 그곳에서 인연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오래 연락을 이어온 사람이 있었다.
화란.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생각했다.
‘거기로 가면 어떨까?’
갑자기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시죠? 선생님.”
“네, 진영 씨. 어떻게 지내세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저, 이사 가려고요.”
“어디로요?”
나는 잠깐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말했다.
“선생님 사는 데로 가려고요~”
“어?”
잠깐 정적이 흘렀다.
“진짜요?”
“네.”
“진영 씨가요?”
“네.”
“진짜요? 진짜로?”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와! 너무 좋아요!”
나도 웃음이 났다.
“그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ㅎ”
서울에서 몇 년을 살면서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내가 이사 온다는 말을 듣고 좋아해주는 사람.
그 말 하나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저희도 이사했어요.”
“네?”
나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선생님이요?”
“네. 그 전 집은 팔고 다시 월세 살이 시작했어요.”
“네? 왜 팔았어요? 왜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저희도 벌써 거기 5년 살았어요.”
“벌써요? 진짜?”
나는 웃었다.
“저도 주택 5년 살았잖아요. 5년이 이사 주기인가? ㅎㅎ”
“그러게요. 5년 되니까 지겹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싸게 잘 샀잖아요. 그 가격에 이제 못 사지 않아요?”
“맞아요. 저희 사자마자 집값이 올라가지고 팔기도 잘 팔았어요.”
나는 한숨처럼 웃었다.
“아, 진짜. 그러니까 지금 다 올라서 선생님처럼 좋은 가격에 못 살 것 같아요.”
내가 알아보고 있는 집들의 가격이 머릿속을 스쳤다.
“주말에 집 보러 갈려고요. 약속 없으면 봬요.”
“그래요.”
“선생님 집 진짜 좋았는데.”
나는 예전의 그 집을 기억하고 있었다.
넓은 거실과 탁 트인 뷰.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을 찾은 듯한 공간.
“이번에 보러 가는 집은 1층인데 평수가 좀 작아요.”
“그래요?”
“그런데 가격이… 그냥 한 번 보기나 하려고요. ㅎㅎ”
나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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