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박사생의 첫 "스타트업" - 장학재단

by안건

나의 첫 "스타트업" 운영은 장학재단 설립이었다. 스타트업이라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고, 그냥 내가 눈앞에 있는 문제를 풀려고 주위 사람들을 설득하고 팀을 모아 그 문제를 풀다 보니 그 결과 스타트업과 가장 비슷한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었다. 한발 물러보니 가장 좋은 스타트업은 그럴 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이 아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바카라으로서 사람들을 모아 범용적인 해결바카라을 만든 결과가 바로 스타트업.


장학재단을 세우고 싶었다. 자라면서 장학금을 많이 받으며 살았다. 받은 만큼 나도 돌려주고 싶었다. 장학재단을 세우려면 어떻게 하는지 주의에 물어봤다. 다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성공해서 은퇴할 때쯤 장학재단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재미없었다. 지금 하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지금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장학재단이란 게 별거 있나. 돈 조금 모아서 그 돈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들 뽑아서 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사실 돈 자체는 얼마 없어도 되지 않을까?


꿈을 팔아 사람을 모았다. 일을 하려면 사람이나 돈이 필요하다. 사람은 돈을 모을 수 있고, 역시 돈 도 사람을 모을 수 있다. 처음엔 먼저 꿈을 팔았다. 함께 Honer Society에 있던 "공우" 친구들을 모았다. 장학재단 한번 우리가 세워보지 않겠냐고 꿈을 팔았다. 그리고 그전에 바카라을 써서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써본 경험이 있었기에 청사진도 함께 팔았다. 우리가 함께 바카라을 써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장학재단을 운영해 보자는 가슴 뛰는 꿈과 그 꿈을 향해 가는 지도를 말이다. 감사하게도 약 30명의 학생들이 우리의 꿈을 샀다. 그 꿈의 가격은 그들의 시간이었다.


Build What People Want. 바카라을 쓰기 위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썼다. 우리 동아리는 지난 10년 동안 "비전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강연을 해왔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매번 강연에 앞서 무엇이 궁금한지 질문을 받아왔다. 10년 동안 쌓인 데이터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몰랐지만, 돌아보니 우리는 정확하게 ICP(Ideal Customer Profile)을 가지고 있었고, 그 학생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Pain Point)를 무려 1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가 있었다. 정확히 그 주제들로만 챕터들 나눠 30명이 자신이 가장 잘 답해줄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를 써서 바카라을 출판했고, 그 바카라 "공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conomic Buyer였던 어머님들의 Persona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10년 전 우리의 어머니들이었다. 어머니들은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어떻게 준비를 해서 서울대를 들어왔는지 이야기 궁금해 지갑을 열었고, User였던 학생들은 서울대 공대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어떻게 사는지를 궁금해 끝까지 읽고 자신의 생활기록부와 대학 에세이에 적었다. 그래서 입소문 (Word of Mouth)를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돈이 있으니 그 돈이 Proof of Concept의 역할을 했고, 그 POC가 사람을 모으길 조금 더 쉽게 해 줬다. 베스트셀러 인세로 돈이 모였고, 그 돈으로 장학재단을 세우려고 한다고 사람들을 모았다. 장학재단이 조금 더 눈앞에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모인 20명의 학생들과 함께 서울대 공대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여 그해 처음으로 5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 장학재단은 올해로 벌써 4년째 유지되고 있다.


돌아보니 이 경험이 나를 스타트업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 때는 이 일이 전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쓰는 프레임웍에 대해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니 팔 수 있는 것이라곤 꿈과 바카라을 써봤다는 나의 경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간과 열정을 샀고, 그 시간과 열정으로 함께 첫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독자가 원하는 것으로 만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제품은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은 "공우비 전장학금 (줄여서 공비장이라고 부르더라)"을 운영할 대학생들을 우리가 뽑고 그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수여할 고등학생을 뽑으며,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새롭게 들어와 이 단체를 운영한다. 처음에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 많은 힘이 들지만, 뼈대를 만들고 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일종의 유기체가 탄생한다. 내가 가진 비전이 유기체가 되고, 그 유기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나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을 큰 임팩트가 세상에 만들어져 계속해서 살아 움직이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사람들은 진실한 공을 위한 실력에 공명한다. 위 경험을 통해서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국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열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 끊임없는 열정은 돈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돈으로 끝까지 유지할 수는 없다. 돈은 분명히 유용하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정말로 사람들의 모든 것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결국 돈 그 이상의 것, 자신의 피와 땀이 세상을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데 공헌한다는 그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비전을 정말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창업가가 진실로 공을 위해야 하고, 그리고 당연히 실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비전을 하나씩 하나씩 스텝으로 쪼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그 실력 말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생기는 모든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의 단단한 실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창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에 매료된 이유다. 이제 1년 정도 스타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배운 점이라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에는 상당한 고통 (pain)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과 함께 내가 꿈꾸는 방향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이끄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그 방향은 내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뿐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동업자, 투자자,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꿈꿀 수 있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이것보다 더 존귀한 행위를 나는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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