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 산골 논둑에 손녀를 태운 유모차를 세웠다. 코를 간지럽히는 젖은 흙냄새. 풀잎에 매달린 물방울. 비 갠 뒤 더 짙어진 초록의 논. 얕은 바람에 벼들은 가볍게 몸을 흔든다.
손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한곳에 머물렀다.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무언가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주황색 꽃을 꼭 쥔 한 손은 유모차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다른 손에는 한 입 베어 문 과자가 들려 있었다. 꽃도 과자도 잊은 듯했다
무얼 보고 있을까. 풀잎 끝에서 흔들리는 물방울일까. 벼 사이로 날아든 작은 벌레일까. 아니면 손녀의 눈에만 비치는 뭔가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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