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자신감'의 힘

by지안의 방

"내가 반에서 1등 했어."


수학 문제집의 동그라미 개수로 쌓아 올린 아이들의 자신감.


하지만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유퀴즈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너무 연약합니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대단한 존재를 만나면, 그 근거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1초 만에 완벽한 정답을 뱉어내는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이 딱 그렇습니다.



"엄마, 일기장에 뭐라고 써요?" : 정답 자판기 앞의 아이들

퇴근 후 마주한 식탁.

아이는 연산 문제집 3장을 10분 만에 거뜬히 풀어냅니다.


그런데 단 3줄짜리 일기장 앞에서는 한 시간째 연필만 굴립니다. "재미있었다 말고 다른 말 뭐 없어요?"라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는 일기조차 '정답'을 찾습니다.


이 아이들이 최첨단 AI 앞에서는 어떨까요?


챗GPT를 켜두고도 아이들은 멍하니 화면만 바라봅니다.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정답 자판기'를 앞에 두고, 정작 어떤 질문을 넣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남이 낸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수동적인 훈련에만 익숙해진 결과입니다. 입력(Input)은 훌륭한데, 내 생각을 꺼내는 출력(Output)은 고장 나버린 안타까운 상태.


저는 이것을 '질문 빈곤(Question Poverty)'이라 부릅니다.



AI 시대를 버티는 슈퍼파워, '구불구불한 길' 걷기


이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지식을 더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허준이 교수의 말처럼 본질적인 데서 끌어올리는 '근거 없는 자신감', 즉 외부의 평가(정답)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가치 기준을 믿는 힘입니다.


그는 수학을 하는 진짜 이유가 "어려운 정신적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0.1초 만에 검색창을 켜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지적 고통을 견뎌보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슈퍼파워가 됩니다.


슬롯가 정해준 지름길(정답)만 쫓는 아이는 궤도가 조금만 바뀌어도 길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스스로 사유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채운 아이는, 남들이 보기에 구불구불한 시행착오의 길 앞에서도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내면의 나침반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정답을 채워 넣으려는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대신, 아이가 기꺼이 자신만의 구불구불한 길을 걷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챗GPT 시대에 우리 아이를 가장 단단하게 키우는 진짜 교육일 것입니다.


스스로 사유하는 힘, <생각팝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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