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안전한 이별을 위한 편지
어디서부터 일까?
이별을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워서 성급히 괜찮아진 아이가, 30여 년을 씩씩하게 살아오다가 갑자기 알게 되었다. 괜찮은 게 아니었음을...
두꺼운 솜이불 밑에 성급하게 접어 넣고 덮어버린 그 이름, 엄마...
엄마가 내 곁을 하루아침에 떠나가 버린 그때 엄마의 나이, 53.
나도 이제 그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가슴속에 급하게 덮어놓은 엄마와의 이별은 오랜동안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외면받은 슬픔은 내 자아 속에 어린아이를 그대로 붙잡아 두고 있었고, 그 아이는 가끔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서럽다며 툭툭 튀어나오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본 강연에서 학대받거나 방임된 어린 시절을 가진 어른들의 특징을 듣게 되었고,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이다.
열여섯, 세상에 엄마가 전부였던 나에게 냉혹하게 엄마를 잊게 했던 또 다른 나는, 이제 어른이 되어 엄마와의 진짜 인사를 충분히 하려고 한다. 사사롭고 너무나 비밀스러운 일을 누구든 볼 수 있게 하는 건, '또 다른 나들'을 위한 안내자가 되어주고 싶은 '이타심'과 완전하고 안전한 이별과정을 어려워 누군가 함께 해주길 바라는 '이기심'일 수도 있다.
이제는 그날의 엄마와 나란히 서면, 친구가 되는 나이... 너무 오래 방치한 탓에 이제는 어린 딸이 엄마를 보내는 이별의 과정에, 너무나 젊은 나이에 어린 자식들을 두고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엄마의 아픔까지 알아버릴 나이가 되고 말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엄마를 가슴에 묻고 괜찮은 척 살아가는 어린 소녀와 그런 막내를 보며 안타까웠을 엄마, 두 모녀를 안전하고 아름답게 떠나보내려 한다. 쉽지 않을 그 걸음을 시작해야지.
엄마, 이제는 낯설게 불러지는 그 이름...
천국에서는 잘 지내시지요? 성경에 나오는 죽은 나사로처럼 예수님 품에서 편히 쉬실 엄마, 더 이상 아프지 않을 엄마를 생각하면 내 슬픔과 상관없이 너무 좋아요. 내가 본 엄마는 늘 삶이 버거워 보였고, 아파 보였었죠. 건강하고 밝은 엄마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면 좋겠어요. 그곳에서는 세상을 지켜볼 수 있나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 딸이 고군분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 세상 일 다 잊고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거짓말이에요. 생각해 보니 모든 순간 엄마가 날 지켜봐 주길, 그래서 날 위해 기도해 주길, 내 눈물을 엄마가 봐주길 간절히 바랐던 순간들을 나 스스로가 아니라고 속였던 거예요.
엄마, 처음으로 용기 내어 솔직해 볼게요. 무너질까 봐 외면했던 내 마음을.
많이 보고 싶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많이 서러웠어요. 외롭고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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