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어머! 너무 딱딱해서 놓을 곳이 하나도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나는 호르몬 주사를 양쪽 엉덩이에 맞는다.
벌써 6년째 같은 자리에 주사를 맞고 있으니, 사실 엉덩이에 놓을 자리가 없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지금 맞는 파슬로덱스라는 호르몬 치료주사는 유방암 치료주사로, 한 달에 한 번 양쪽 엉덩이에 주사를 맞는다. 일반 주사보다 두꺼운 주삿바늘에 주사약도 끈적해서 잘 들어가지 않아서 놓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둘 다 힘든 주사다.
나는 2018년 처음 발병한 유방암이 2020년 임파선으로 전이가 확인되어 재수술하면서 치료가 바뀌었다.
그래서 매달 주사를 맞고, 또 3주 동안 약을 먹고 1주는 휴식기를 가지는 치료를 받고 있다. 사실 이 치료는 다른 암환자들에 비하면 힘들지 않은 치료라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지도 못한 힘듦을 몸으로 견디고 있는 중이다.
처음 이 주사를 맞았을 때, 나는 주사를 맞은 부위가 딱딱하게 근육이 굳어서 며칠을 걷지도 못한 채로 엉거주춤 다니곤 했다. 내가 이제까지 맞았던 예방주사와는 차원이 다른 아픔에 눈물이 났었다.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나의 엉덩이도 이 주사에 익숙해져서 주사를 맞고 나서 하루 이틀만 고생하면 뭉친 엉덩이 근육이 풀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4년 차, 즉 대략 50회 차가 넘어가니 슬며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손바닥 두쪽만 한 엉덩이 한쪽에 이제까지 50여 번의 주사를 맞았고, 그 주사약이 내 엉덩이 근육 안에서 다 풀어지지 않고 뭉쳐서 크고 작은 덩어리를 만들고 있으니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사실, 어느 달은 주사를 맞다가 주사약이 엉덩이 안쪽 뭉친 근육 때문인지 들어가지 않아서, 결국에는 주삿바늘을 빼고 그 주위에 뭉치지 않은 곳을 찾아서 다시 맞으려다 보니 힘든 때가 있기도 했다. 자칫 주사액이 근육의 무언가를 건드리면 온 다리가 마비되는 듯한 찌릿한 통증에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주사를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드린 것도 불과 한두 달 전의 일이다.
그날은 이 주사 치료를 받은 이후로 처음으로 주사를 맞다가 나도 모르게 엉엉 울었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 아픔을 참지 못하고 선생님께 잠시 멈추어 달라고 했던 것이 너무나 속상하고 미안했기 때문이다. 사실, 주사를 놓아주시는 간호사 선생님께는 늘 너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나는 고작 한 달에 한번 주사를 맞고 가지만,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에는 하루에도 몇 명 아니 몇십 명의 나 같은 환자가 와서 같은 주사를 맞고 갈 수도 있다. 그때마다 잘 들어가지 않는 주사를 놓으려고 환자들의 엉덩이를 계속 문질러가며 주사를 놓으려니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파슬로덱스 주사처방이 많은 날은 하루 종일 손이 떨린다는 이야기를 은연중에 들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아파하는 나보다, 안 아프게 놔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선생님들의 눈을 보면 나 역시 엉덩이를 잘 풀어서 선생님들이 적어도 나에게 주사를 놓아주실 때는 힘드시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간호사 선생님이 나 보고 더 이상 엉덩이에 주사를 놓을 자리가 없데...."
어느 날, 간호사 선생님이 마사지를 집에서 좀 해야겠다고 하시면서, 더 이상 엉덩이가 뭉쳐서 주사를 놓을 곳을 찾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생에게 나도 모르게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말을 전했다.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동생은 혼자서 엉덩이 마사지를 할 수 있는 마사지기를 주문해서 건네주었다.
"언니, 형부에게 매번 부탁하면서 눈치 보지 말고, 이젠 언니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걸 찾았어!
내가 써봤더니 너무 좋았는데, 언니 생각을 미처 못했었네...
이게 구부려져 있어서 등이나 엉덩이 마사지 하기에 너무 좋더라고! 우리 언니 이제 이걸로 엉덩이 안 아프면 좋겠다!"
주사를 맞고 오면 엉덩이 근육을 풀어야 하는데, 사실 혼자 하기가 어렵다. 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동생은 근처 마사지샵이라도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다가 나에게 이 마사지기기를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이 기기가 정말 나에게는 딱 필요한 것이었다. 모양이 C 커브로 휘어 있어서 절대 혼자서는 닿지 않았던 주사 맞은 자리에 진동마사지가 가능하니, 밤에 자기 전에 10분씩이라도 하고 자면 너무나 좋을 것 같았다. 더욱이 주사 맞기 전에 미리 마사지를 하고 가면 뭉쳤던 근육들이 조금이라도 풀어져서 주사 맞기가, 아니 주사 놓기가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동생이 고마웠다.
"환자분, 엉덩이가 너무나 말랑말랑해졌는데요!"
동생이 사 준 마사지기로 열심히 마사지를 하고 나서 주사를 맞으러 간 날 간호사 선생님은 나를 보며 말해주었다. 몇 달 전, 내가 잠시만 멈추어달라고 너무 아프다고 엉엉 울었을 때 주사를 놓아주셨던 그 선생님이셨다.
나를 기억하고 계셨고, 그 이후로도 내내 마음이 쓰였는데, 이렇게 엉덩이를 잘 풀어서 와서 오늘은 다행이라며, 안 아프게 잘 놓아보겠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얼굴에 진심으로 미소가 가득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고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를 맞고 오면 나의 엉덩이와 혹시 뭉쳐있을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마사지를 해주는 남편,
하나뿐인 언니를 늘 엄마처럼 챙겨주는 고마운 동생,
그리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환자와 간호사 사이일 뿐인데도 기억해 주시는 간호사 선생님까지.
생각해 보면 말랑말랑해진 것은 그저 엉덩이 근육만이 아니었다.
전이라는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만큼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의 마음도 내 곁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늘,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챙겨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 더 이상 아픔에 울지 않는다.
50차가 아니라 500차가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