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여름인 줄도 모르고 늘, 끝이 났어
이따금 내가 아닌 것에서 시작할 것
그런 기분 좀 있지않을까. 분명 무언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더 늦지 않게 해결해야 할 이것저것이 어딘가 있을텐데 돌연 찾아온 여름 탓에, 온통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 어쩌다 30도를 육박하는 낮과 밤을 살며 어제의 그런 것들은 어딘가 온통 녹아 사라져버린 느낌마저 드는데, 사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레터의 주기를 느슨하게 조정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있던 것들의 어느덧 사라지는 일에 대해 최근 난 자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특정 일이나 사람, 혹은 기억이나 해야할 것들에 한해서도 아니고, 어쩐지 내 안에 있던 그 어떤 마음가짐의 방향이나 각도가, 또는 있었던 일의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이 무더운 여름 탓에, 때론 괜찮고 이따금 힘들어지기도 하는 일에 더 가까운, 그런 것이었다. 오늘을 참고참다, 미루고 미루던 에어콘 청소를 하겠다고 드디어 필터의 제거까지 성공한 날, 가끔은 이렇게 도중에서 멈춰보는 것도 그래서 있을 수 있겠다 괜히 혼자 시익 웃고. 이러다 만사가 하다만, 한 것들의 덩어리를 맞닥뜰이게 되는 날이 되면 또 어쩔까 섬뜻해지기도 하지만, 이 여름이 지나면 나는 또 다 사라져 아마도 다른 무엇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우산을 챙기려다 몇 번을 번복해 고민하다 나온 버스 안에서 가방에 우산이 우연히 발견되어지는 그런 것.
'아사히'가, 꼭지를 틀면 '카르피스'가 나오는, '카르피스(도)꼭지 쟈구치(カルピス 蛇口)'를 공개했다. 25년 리조트와 호텔, 요양원을 대상으로 모두 10곳에 시험 테스트를 거쳤고, 이후 호텔과 온천, 그리고 레져 시설 등을 중심으로 연간 50대 씩을 늘려, 2030년 1천 대의 카르피스꼭지를, 만들겠다는 게, 곧 그들의 구상이다. 사실 '카르피스'라면 밀키스, 암바사와 유사하고, 오래 전 주 아이스 파란맛을 녹어 먹으면 그랑도 비슷한 것 같은데, 그와 별개로 난 벌써 십여 년 전 신주쿠 모처에서 알 수 없이 새벽을 헤매다 찐한 갈증을, 겨우 카르피스 235ml 페트병 하나에, 달랬던 적이 있었지. 이제 돌아보면 온통 수상하기만 했던 그새벽에. '일상에서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의 가치를 아이들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그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고, 그러고보니 별로 평범치 않은 하루엔 아마, 때마침 떠오르는 마실 거리가 있(었)다.
https://www.oricon.co.jp/news/2465887/full/
https://youtu.be/qB8bqpVn_SA?si=FIai7BKFp98mNQ35
사람 맘이 그런 것이 아침 일어났을 때의 기분 다르고 밤에 누워 잠에 들 때면 많은 게 그저 조용해, 당장 달려가 말해주고 싶어질 때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그런 것들이란 이미 하지 못할, 지나가 여기 없는 무엇에의 떠오른 것이랴, 애당초 할 수없음의 마음일 테지만, 난 어쩜 그런 것들이 잠시 내게 보여주는 화해의 시간 같은 것, 그저 괜찮아서 괜찮았던 일이거나 관계 혹은 어떤 상점에서의 자꾸 눈에 밟히는 말이거나 행동, 혹은 기분에 대해서도, 그래서 내일 또 일어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겨울 옷을 집어 넣을 때면, 코트나 패딩처럼 필히 세탁을 요하는, 그래서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을 제외하고, 애매하게 입다 만 채 보관된 것들, 가령 세타거나 터틀넥과 같이 모호하게 남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다음에 입을 때 하면 되지 싶어지고, 하지만 다시 또 옷장 문을 열고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면, 또 어떤 옷들은 어깁없이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숙제처럼, 남고야 만다. 마치, 또 한 번의 여름이 더 있었던 것처럼.
유럽 여행을 계획했던 누나는, 폭염 소식에 행선지를 일본, 홋카이도로 바꿨다. 홋카이도의 바카라과 문구, CD/DVD 등을 취급하고 매장 내 도토루, 까페도 겸하는 'Coach&Four'-줄여서 코챤포 コーチャンフォー는, 서점이 점점 없어진다는 요즘, 몇 안되게 잘나가는 바카라방이다. 우리 집 사람들 중에는 가장 일본을 많이 가봤을 나는, 여태 북해도 한 번 밟지를 못했는데, 누나는 몇 해 전 오키나와에 이어 이번엔 그 정반대의 햐늘을 난다. 그리고 홋카이도에서 시작해 현재 일본 내 열 곳의 점포를 운영하는'코챤포'는, '우리는 서점이 아니다'라 말하지만, '이와나미문고' 페어를 한 적도 있고, 학술 교양서 중심의 '치쿠마서방'의 바카라들까지도, 취급한다. 어쩐지 아니었을 것 같은 자리에서의 이미 그러한 일들. '우리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언제든 원할 때 구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 뿌입니다.' '주식회사 리라이플', '코챤포'의 대표 사토 유토 씨는 이렇개도 말하는데,그렇다는 건 딱히 문예에 조예가 깊다거나 지금의 바카라방 사정을 다시 일으키고픈 열망에, 또는 지식으로서의 바카라방을 지키겠단, 남다른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다. '
'필요한 건 전부 다 있는, 손님들의 요구에 충실히 응대할 수 있는
점포를 만들고 싶다.'
1997년 삿포로 1호점 키요타구(清田区) 우츠쿠시가오카(美しが丘) 매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이 철칙은, 바카라방 아닌 대형 복합 가게로서 '코챤포'의 원형이고, 이름의 유래가 된 4두마차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의 숫자 4는, 바카라과 문방구, 음악(CD/DV)과 음식을 아우른다. '네 마리의 말의 힘으로 마차가 움직이는 것처럼, 각각의 장르가 완전한 사업으로 작동하면서 서로 돕고 보조하는' 사토 씨 말대로 인력의 형태를 바탕으로 하는 모델인 셈이다. 그래서 '코챤포'의 매장들은 일단, 커다란데 삿포로 외각에서 시작된 이유도 있겠지만, 도심 한적한 땅값이 싸고 근거리 이동을 요하는 자리에서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없을 것 같은 곳에, 있다. 그래서 도쿄 내 유일한 '코챤포' 아오바다이 매장은, 전체 6천평에 판매 면적은 축구 코트의 절반 크기 2청 평이고 주차장 수용 차수는 605대. 일본의 시골 마을을 구석구석을 산바카라하다 나도 몰레 멀리까지 와버렸을 때에 마주치는 일명, '로드사이드'식 바카라방이기도 한 세이다. 그리고 가게 안 자사 운영하는 카페 '도토루'까지. 바카라방을 잃은 시절, 문득 나의 오랜 바카라장을 둘러보는 기분이랄까.
개업 당시부터 '코챤포'를 바카라방이라, 말하지 않도록 해왔어요. 바카라방이라고 말을 해버리면, 어찌됐든 '바카라을 사기 위해 가는 가게'에 구속되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바카라방이기도 하고, 문방구이기도, 또 카페이기도, 지금은 식품 코너도 생겨 북해도 물산점이기도 해요. 각각이 독립한 점포로서 완성되는 형태인 것입니다.
https://www.businessinsider.jp/article/2605-coachandfour-strategy/#
'KADOKAWA는, 오는 10월 6일 발매 11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에 들어갑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