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천장의 당구대

by조매할

커피숍에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 석 달이 다 되어 가자, 못 하는 일이 없었고 매장 곳곳에 어느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단, 에스프레소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을 제외하고.


그걸 알았는지, 어느 날 매장 주인인 피터가 물었다.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지요?
삼 개월쯤 됐습니다.
기계는 안 해 봤지요?
네, 아직 못 해 봤습니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네요. 곧 교육시켜 줄 트레이너를 부를게요.
네, 감사합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안 보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오늘은 소주 한잔해야겠네.

그때 뉴욕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막 퍼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스텀프타운이나 블루보틀 같은 큰 회사가 아니면, 작은 매장이 에스프레소 기계를 가르칠 교육 과정을 따로 갖추기는 어려웠다.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원두를 대 주는 로스터리가 교육을 맡았다. 직원이 로스터리에 찾아가 배우거나, 로스터리의 트레이너가 매장으로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스터리를 찾아갔다.
카페 그럼피라는 곳이었다.
로스팅만 하는 곳이라, 브루클린 구석 어딘가의 창고 건물이었다.

양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잘 웃는 여직원이 나를 맞아 주었다.


어서 와요, 잘 오셨어요.
네, 반갑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그녀는 기계 곳곳의 명칭과 기능을 차례대로 설명해주었다.


나는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기계 곳곳을 만지고 누르고 작동시켜 보았다.


그녀는 에스프레소 위에 여러 가지 그림을 자유자재로 그려 냈다.

튤립과 하트 모양은 기본이었고, 우유를 붓는가 싶더니 커피잔 위에 백조가 나타났다.


두 시간여의 교육이 끝났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거침없이 보여 주었다.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고 로스터리 문을 나섰다.


고등학교 시절, 당구에 한창 재미를 붙였을 때는 눕기만 하면 천장이 당구대로 보였다.

지하철을 타자, 창문이 에스프레소 기계로 보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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