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파워

천천히 알려 줘도 돼요

by조매할

일을 시작한 지 석 달을 넘어 넉 달이 다 되어 갈 무렵, 나는 매장에 오는 단골손님 거의 모두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한때는 이름 외우는 게 나만의 슈퍼 파워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번 들은 이름은 바로 기억에 저장되었다.


처음 통성명하고 며칠 뒤, 음료가 나왔다는 말 대신 이름을 부르면 손님은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러고는 내 이름을 맞혀 보려 했다. 십중팔구 틀렸다.


"제레미,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제레미가 다가왔다.

"내 이름을 기억하는군요! 잠깐만요, 나도 맞혀 볼게요. ……제임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그래도 비슷했어요."

같이 웃었다.


신나는 뮤지컬의 한 장면 같은 오전 러시아워를 마치고, 30분 휴식을 위해 교대를 준비하던 참이었다. 매장 주인인 피터가 나를 불렀다.


"잠시 시간 괜찮아요?"

"브레이크 가려고 했는데, 괜찮습니다."

"아, 잠시 이야기하고 가면 돼요. 금방이면 돼요."


우리는 손님이 없는 자리를 찾아 마주 앉았다.


"요즘 어때요? 일은 재미있어요?"

"네,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커피 만드는 것도 재밌고, 반가운 손님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고마운 일이네요." 피터의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미소가 번졌다.


"혹시, 우리 매장에서 리드 바리스타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요?"

"네?"


내가 바로 답하지 못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피터가 말을 이어 갔다.


"지난 몇 달 동안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부족한 부분은 배워 가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당장 답하기 어려우면 천천히 알려 줘도 됩니다. 그럼 점심 맛있게 먹고 이따 오후에 봐요."


피터는 자리를 피해 주려는 듯 급히 인사를 하고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피터가 일어난 자리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제야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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