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잘 지냈어? 요즘 왜 이렇게 안 왔어?"
"그러게, 부모님 뵈러 집에 좀 다녀왔어. 너는 잘 지냈어?"
곱슬머리 폴은 늘 갓 내린 블랙 드립 커피를 마신다.
"젠 아주머니,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오늘도 활력이 넘치네요! 보기 좋아요."
젠 아주머니는 매일 아침 8시쯤 강아지 두 마리와 나타나 크림을 조금 넣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수잔! 피곤해 보인다."
"맞아, 얼른 커피 줘. 어제도 야근했어. 오늘은 제발 일찍 퇴근했으면 좋겠다."
"그래, 커피 마시고 힘내!"
수잔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슬롯초년생이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유리창을 지나 줄 서 있는 손님들을 차례로 비춘다.
차례가 된 손님에게 조명이 닿으면 동료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는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떤 음료로 도와드릴까요?"
"카푸치노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나는 왕관처럼 번쩍거리는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 서 있다. 더블 샷을 뽑고 우유를 스팀한다.
손님에 따라 머그잔에, 종이컵에 부어 한 잔씩 완성한다.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방금 카푸치노를 주문한 손님을 바라본다. 손님도 나를 바라본다. 가벼운 미소를 주고받는다.
계산대에서 주문을 받던 동료가 묻는다.
"영수증 종이가 다 떨어져 가는데, 어디서 찾으면 돼요?"
"지하실 내려가면 바로 왼쪽, 선반 맨 위에 있는 박스에 있어요."
겨울 동안 한껏 웅크려 있던 씨앗이 싹을 틔웠다.
박스를 깔고 돌을 올려 두었던 자리는 더 이상 하얗게 질려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