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닫아도 매미 소리는 집안으로 밀려든다. 외출을 준비하며 거울을 바라본다. 무심히 지나쳤던 눈가의 잔주름이 눈에 들어온다.
눈가에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바른다. 주름 사이로 화장품이 조금씩 끼는 모습을 보다가 손을 멈춘다.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일이었다. 실내에서는 괜찮아 보이다가도, 햇빛 아래 서면 감춰 두었던 흔적들이 선명해진다. 몇 번 더 두드려 보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결국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고 화장품을 내려놓는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속도로 흐른다. 어느새 얼굴에도 세월을 새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진 찍히는 일조차 꺼려진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영화 〈카운테스〉는 나이 들어감을 거부하는 욕망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실존 인물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전설을 바탕으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수백 명의 처녀를 희생시켰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잔혹한 사건보다도 시들어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한 여인의 내면을 담담히 비춘다. 권력과 재산, 아름다움을 모두 가졌지만, 시간 앞에서는 무력했다.
촛불만이 흔들리는 어두운 방에서 그녀는 거울을 오래 들여다본다. 조금씩 변해 가는 얼굴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시간을 되돌릴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녀가 두려워했던 것은 늙음 자체가 아니라, 젊음을 잃으면 사랑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였는지도 모른다.
마음에 오래 머물렀던 영화 속 대사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진정한 미(美)”라는 말이었다. 당연한 말인데도, 나이 들어감을 체감할 때마다 떠오른다.
영화 속 줄리 델피의 모습이 그랬다. 더 이상 〈비포 선라이즈〉 속의 어린 여자는 아니었지만, 대신 세월이 남긴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풋풋한 미소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랜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눈빛이 있었다.
가끔 예전 같지 않은 나를 마주하며 애써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지금의 얼굴은 살아온 날들이 남긴 기록이다. 그 흔적을 모두 지워 버린다면, 내가 지나온 삶의 일부도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늙음을 인정하는 것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삶을 있는 그대로 품는 태도다. 시간의 흐름에 순응한다는 것은,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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