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pt1. 비겁함이여 물러가라!

bycinejwk

오늘 아침에도 꼬질꼬질 침 때가 묻은 주리와 눈치 싸움을 하다 녀석이 방심한 사이에 나는 주리의 가벼운 몸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다. 그러면 녀석은 ‘에옹~’하고 울며 소심한 저항을 하는데 발톱 날을 세우거나 내 손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치지는 않는다. 녀석은 이내 순종하고, 내가 주는 물에 갠 약을 억지로 받아먹는다. 주리가 약을 먹는 동안 내 옆에서 금동이가 투약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쓴 약을 먹은 아이에게 사탕을 주는 것처럼 주리 투약이 끝나고 나면 항상 간식을 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주리와 식탐 많은 금동이에게 동결건조 간식을 각각 2개씩 배분한다. 금동이는 빨리 먹어치우고, 혓바닥이 헐어있는 주리는 먹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금동이가 주리의 것을 뺏어먹지 않도록 감시도 한다. 두 녀석이 정신없이 간식을 먹는 동안 오랑이는 2층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아니면 먼발치에서 금동이와 주리를 가만히 지켜만 본다. “오랑아~ 간식!”하고 불러도 오랑이는 간식에 별 관심이 없다. 츄르도 마찬가지다. 내가 “츄르 먹을 고양이 어디 있나요?” 츄르 송(song)을 부르면 금동이는 깊이 잠들어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내게 달려오는데, 오랑이는 츄르를 뜯어서 코 앞에 갖다 대도 핥아먹기는커녕 나를 피해 도망가기 바쁘다. 먹는 걸로 유혹할 수 없는 동물이라니! 나는 그게 오랑이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오랑이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왠지 나를 바카라망하는 것 같아서. 나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 같아서. 나를 보는 오랑이의 시선을 나는 피하고 싶다.


나는 세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금동, 오랑, 주리. 금동이는 부산에서 데려온 길냥이고, 오랑이와 주리는 시골에 내려와서 입양한 형제 고양이다. 부모님이 강아지를 키우시면서 어떤 마음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지 오랜 시간 지켜봐 왔기에 나는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바카라임지며 살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고 예뻐하는 마음과 한 생명체를 온전히 바카라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나만으로 버거웠던 사람. 그런 나에게 금동이가 나타났고, 나는 이 귀여운 턱시도 고양이가 영역 다툼 없이, 밥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아프면 내가 챙겨주고 싶고, 궁디팡팡 해주고 싶고, 이 아이의 안녕을 내가 바카라임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고민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깊어지는 마음과 그에 비례하는 걱정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고민들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중에 금동이가 일주일 넘게 행방불명되는 일이 일어났고, 나는 금동이가 무사히 나타난다면 이 아이를 내가 바카라임지리라… 결심했다. 열흘쯤 지났을까? 금동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여유롭게 나타나 사료를 먹고, 내가 일하던 카페 마당에 몸을 뒹굴거리며 낮잠을 청했다. 그렇게 금동이는 나의 금동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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