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2. 몰라서 악했던 시절을 지나...
인터넷도 티브이도 없는 밤들이 있었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나는 내 기숙사 방 안에서 철저히 혼자였다. 사전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한국어로 된 바카라도 없이 3평 남짓한 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기 쓰기, 불어공부, 외장하드에 다운받아 온 영화감상, 그리고 식사가 전부였다. 어학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고, 기숙사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프랑스인 학생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프랑스인들과 둘러앉아 웃으며 불어로 얘기를 나눌 수 있겠지? 애써 긍정적 미래를 상상했다. 하고픈 말들이 내 안을 맴돌았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는 기숙사 일층에 있는 공중전화를 써야만 했고, 전화기 앞에는 언제나 누군가(외국인 학생)가 있었다.
내 방에는 전자레인지가 한 대 있었고, 나는 기숙사 근처 마트에서 그날 먹을 냉동식품을 사다가 해동해서 맥주나 콜라와 함께 먹고는 했다.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힘겨운 날에는 주로 냉동피자를 사 먹었는데 한 판을 다 먹고 나서도 뭔가 허전해 과자나 초콜릿을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었다.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날에는 멜랑콜리한 기분에 한국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여기에 왜 왔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물론 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 당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 생각을 많이 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보고 싶은 것보다 그들에게 미안한 일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술기운은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증폭시켰고, 그런 밤의 마지막은 늘 눈물이었다. 철저히 혼자인 시간은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나는 왜 그렇게 제멋대로였을까?
나는 과거의 내가 부끄러웠고, 미안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이런 나와 계속해서 친구가 되어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때의 마음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달된 적 없다. 나는 무엇이 미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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