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관념은 왜 이런 걸까
세 번째 공사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꽤나 많았던 문을 전부 나무문으로 교체할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문 하나는 남겨 놓았다. 오랫동안 연을 맺고 있는 한 작업자를 위해서였다.
“이것도 다 바꿀 거지?”
“아뇨, 이건 터닝도어로 하려고요”
“뭐 하러 그렇게 비싼 문으로 해, 목문으로도 충분한데 ”
(50년생 목공 사장님은 뵌 지 10년 차다. 편의점 커피 사 오면 비싼 거 샀다고 화내시는 분. 믹스커피 1봉이면 충분하다고 하시는 분)
“저 아는 새시사장님 계셔서 그분께 하나 맡기려고요”
“그래, 하고 싶은 대로 해”
사장님과의 인연은 5년 전으로 흘러간다. 두 번째 공사를 할 때였다. 첫 번째 공사는 멋모르고 유튜브에서 유명한 새시업체를 찾아 거액을 주고 시공했는데, 추운 집에서 추운 집이 되었다. 그래서 2번째 공사 업체는 ‘인간미가 없을 정도로 깐깐한 ‘분을 찾아 계약을 했다. 업체 사장님은 새시 견적 내러 올 때, 집중해야 하니 말 걸지 마라고 할 정도로 깐깐했다. 그리고 새시 시공날, 소장님을 처음 뵈었다. 한껏 아는 척을 하고, 중간중간 공사에 개입했다. 4시가 되어서 시공이 끝날 때쯤, 혹시 더 필요한 거 있냐는 말에 바로 이때다 싶어, 아름이 빨래건조대 시공을 요청드렸다.
총 시공 담당자였던 그분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도르래를 이리저리 돌리며 건조대를 8시까지 설치하고자 했지만, 결국엔 설치를 못 하고 담당 기사님을 불러 설치를 했다. 이후 도르래를 돌릴 때마다 그분 생각이 나서, 손잡이를 좌로 우로 돌리며 쓰고 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댄 정성이 고마웠던 탓이다. 그러다가 그 분과 인연이 되어, 우리 시부모님 댁의 새시도, 내 아는 집의 새시도 이 분이 시공을 하게 됐다. 가끔 안부전화를 할 때면 뭐 하러 그렇게 애를 쓰고 사냐고, 본인은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는 지금이 좋다고 하셨다.
“새시 하지 마요. (문을 끼익 끼익 열어보시더니) 레일 좋아, 바꾸지 마. 돈 아까워”
“네? 소장님, 그래도 시공을 해야 소장님이 남죠”
“안 해도 돼요. 돈 아까워. 와 여긴 내가 시공하는 것보다 더 잘해놨네. 역시 옛날 시공팀이 정석대로 잘한다니까. 10년은 써도 돼. 하지 마요 “
“소장님, 그런데 이렇게 충성고객한테 이러면 더 충성고객이 되어버리죠 “
결국 새시 시공은 안 하기로 하고, 일부러 소장님을 위해 터닝도어 하나를 하기로 했다.
“소장님, 저 터닝도어 하나 부탁드릴게요. 일부러 소장님께 부탁드리려고 남겨놨어요 “
“어, 알겠어요. 그럼 내가 사이즈 재러 갈게요.”
“소장님, 터닝도어는 얼마나 해요?”
“뭘 돈을 받아. 안 받아. 이사 선물이에요. 이웃된 거 축하해요”
소장님은 끝 끝나 돈을 안 받으셨지만 공짜로 받는 건 나 스스로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장님껜 그동안 받은 게 많았다. 시부모님 댁도 저렴하게 시공해 주셔서 마음의 빚이 늘 있었는데, 이 참에 모든 걸 갚고 싶었다. 조금 더 얹어 100만 원을 전달드렸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잘못 보낸 것 같다고, 왜 이러냐고, 돈 아끼라고 하지 않았냐고. 한창 돈 많이 나갈 때라고 도리어 나를 걱정해 주셨다. 그래도 나는 끝끝내 받아주시라 부탁했다. 돈을 더 얹어주면서도 받아달라고 해야 하다니 참 내 경제관념은 알 수가 없다.
회사원에서의 나는 출장비 한 번, 한 번이 소중해 꼼꼼히 체크하며 2만 원을 신중하게 청구하곤 한다. ‘이거 너무 늦게 청구하셨는데요’라는 대답이 들려오더라도 죄송해요 한 번이면 끝나는 것이다. 죄송해요 한 번이면 2만 원이 나왔다. ‘죄송해요’는 싫지만, 2만 원은 좋았다. 이런 내가 100만 원은 선뜻 드리고 싶었다.
공사를 시작하면 큰 단위의 돈이 휙휙 나가 작은 단위의 돈이 우습게 여겨지곤 한다. 나는 잘 깎는다. 심리학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설득의 심리학 바카라을 정독한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잘 깎는다. 오죽하면 49년생 호랑이띠 목공 사장님의 AS비용도 반 값으로 깎았으니.
“못 가, 나 지금 바빠”
‘사장님, 한 번만요. 이거 문틀 마무리 목공 안되면 도배 못 올라온대요 “
“그러니까 처음에 말했어야지, 그거 신랑이 가구로 마감한다고 했다고. 암튼 나 못 가”
“사장님, 한 번만요 네? 이거 당장 모레 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안된대요”
“하아… 그럼 10만 원이야. 내가 거기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적어도 3시간은 걸려”
“10만 원이요? 사장님, 저희 지금 대출 때문에 죽겠는데 너무 비싸요. 좀만 깎아 주세요. 5만 원 어때요? “
“(깊은 한숨을 쉬며) 대출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알겠어. 치수 잘 재서 문자로 보내줘.”
어떻게 얻은, 어떻게 깎은 5만 원인데 막상 사장님도 정신이 없으셨는지 공사가 끝나자 계좌번호와 함께 입금 요청이 들어왔는데 세상에 5만 원이 빠진 채 금액을 쓰신 게 아니겠는가? 5만원을 더 얹어 입금하며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사장님, 돈 입금했어요”
“감사합니다~”
“5만 원 더 입금했어요. AS 비용 빼먹으시면 어떡해요? 담엔 꼭 잘 청구해 주세요. 소중한 피 같은 5만 원“
“(껄껄껄 웃으며) 고맙습니다~”
그리고 난 곧바로 회사 그룹웨어에 들어가 이번 달 출장비용인 2만 원이 잘 청구되었는지, 그리고 얼마 전 들었던 교육비가 혹시 청구가 안 된 건 아닌지 한번 더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