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 찾아온 한 여자

“저, 이 건물 사고 싶었던 사람인데요”

by까꿍

하루 종일 낚시의자에 앉아서 공사 상황을 지켜봐도 희한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기 일쑤인데, 평일엔 도저히 시간이 안 나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말에만 공사에 참여하니 가관 그 자체였다.

평일에는 일하랴, 애들 키우랴, 야근하랴 도저히 짬이 나지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이 천장 구멍이 너무 크게 뚫린 것 같은데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길로 애들을 이고 지고 방문했는데, 오 마이갓. 만두피같이 큰 구멍이 뻥뻥 뻥뻥 여기저기 뚫려 있었다.

요즘 인테리어는 미감을 해치지 않게 최대한 작은 구멍을 내어 최소한의 빛을 쏘면서 마무리하는 게 요즘 트렌드인데, 설비 사장님은 밝은 게 최고라며, 작은 2인치로는 어림도 없다고 자에게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말만 하면 뭐든지 다 뚫을 기세였다. 위잉 위잉 기계소리를 내며, 빨리 말만 하라고, 다 뚫어버리는 게 마음 편하니 얼른 말하라고 나를 채근했다.

이미 공사 범위 가지고 한차례 설전이 있었던 차라, 사장님이 최고라고 추켜 세웠다가, 요즘 이렇게 큰 6인치는 쓸 일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가, 이것도 이렇게 하시면 안 되고 이것도 수정해 주시라고 한창 극단으로 치닫고 있던 차였다.

도배가 마감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는 사장님의 말에, 올해 초 전두환 시절부터 도배를 했다던 방산시장 도배 반장님이 생각났다. 도배가 무슨 만능 해결사도 아니고 왜 사장님들은 죄다 도배로 덮어버리려 하시는 거냐며, 그딴 얘기하는 그놈 나오라고 해!라고 소리르 지르시던 반장님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6인치 구멍은 너무 컸다. 결국 사장님은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대체 언제 갈 거냐고 묻는 사장님 뒤로, 저벅저벅 누군가 위층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집주인이세요?”


나보다 10살은 족히 어려 보이는 어떤 젊은 여자였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고,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네, 그런데 누구세요?”

“아, 저 이 건물 사고 싶었던 사람인데요…”

“네?”

“얼마 전 매수하신 거 맞으시죠? 네이버에 있었는데 없어졌더라고요. (매입금액)으로 산 거 맞으시죠? “

“네, 맞아요”

“아 저 사실은, 이 근처에서 에어비앤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 혹시 월세 받으실 거면 꼭 제게 연락 주세요.”

“에어비앤비요?”

“네, 월세는 잘 드릴게요. 대신 제가 여기에서 에어비앤비 하고 싶어요. 연락 꼭 주세요. 혹시 번호 주실 수 있으실까요? “

“아, 번호는 좀…”

“(민망해하며) 네, 알겠습니다. 건물 한 번만 구경해도 될까요? 와 계단이 있구나, 진짜 너무 예뻐요 “


우리 집엔 다락방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있다. 나이 든 목공 사장님은 이깟 계단이 뭐가 대수냐고 했지만, 이곳을 들렀던 모든 사람들이 계단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높은 천장에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오래된 나무계단. 이 모든 조화가 자연스러웠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 여자는 건물을 찬찬히 구경하고 돌아갔다. 뭔가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을 보여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을 원천 차단할 만큼의 냉정함도 내겐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인테리어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안까지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었다. 한편으론 부러웠다. 자신의 밥벌이를 지키기 위해 이토록 적극적으로 삶에 임하는 자세가. 나는 ‘제발 아무도 모르게 하루 잘 버티다 퇴근하는 게‘ 소망인 회사원 1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라니!

그동안 에어비앤비 이용도 해보고 듣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안중에 없었다. ‘내가 되겠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그 여자가 나간 자리에서 아주 잠깐 에어비앤비를 하는 상상을 해봤지만 역시나 자신이 없었다.

타이베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던 날, 눕자마자 풍겨오는 머리냄새와 머리카락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어 ‘환불해 주세요’라고 집주인을 불렀던 깐깐한 고객이 나였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주인? 그건 상상일 뿐이다. 당장 나에게는 해치워야 할 결과보고가 있고, 보고서가 있고, 세미나가 있었다. 게다가 어린 두 아이들은 잠시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리고, 시간은 없다. 잠시나마 회사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에어비앤비 사장으로 사는 삶을 상상했다가 고개를 젓고 말았다.


지금까지 나는 항상 어딘가를 찾아다니기만 했다. 건물을 찾아다녔고, 깎아달라고 찾아다녔고, 아쉬움이 남아 찾아다녔는데 이젠 누군가 내게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내 건물에서 숙박업을 하고 싶다고.


여전히 구멍은 크게 뚫려 있었고, 다음 날 가보니 전기 사장님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전기선만 빼놓으셨다. 그리고 챗 gpt는 말했다. 천장부터 메꾸고 다시 얘기하자고.



금, 토, 일 연재
이전 09화2만 원은 아깝고, 100만 원은 안 아까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