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스물에서 스물하나인 팀과 스물다섯에서 스물일곱인 팀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지금이야 네다섯 살 차이쯤이야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동갑이 아닌 사람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처음 마주 앉던 스무 살에는 그 간격이 꽤나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나는 잘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지금도 잘한다고는 못 하지만, 그때는 특히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싫다고 말하는 게 무척 어려웠다. 자리를 바꾸자는 제안, 러브샷을 하자는 요구들. 솔깃할 리 없는 말인데도 정색해서 분위기를 깨뜨릴 용기가 없었다. 싫다고 말하는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그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튀는 사람이 되는 게, 어색한 시선의 끝에서 주목받는 게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우리 쪽에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예쁜 언니였다. 예쁜 사람이 넘쳐나던 여대에서도 눈에 띄게 예뻤는데, 같은 학교의 친구 하나와 늘 붙어 다녔다. 그 친구는 그때도 지금도 미모로 유명한 배우다. 둘이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하다 꺄르르 웃는 걸 보고 있으면 괜히 언니들 하고 말을 걸고 싶어졌다. 내향인에게 흔치 않은 일이지만 어쩌겠어. 혹시 몰라 덧붙이자면 나는 그때도 지금도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
아무튼 그런 사람이 있으니 자리는 자연스럽게 언니를 중심으로 흘렀다. 우리가 못났다고 하는건 아니고, 그런 거 있지 않나. 여자가 좋아하는 외모와 남자가 좋아하는 외모 사이의 간극. 청순하고 가느다랗고 지켜주고 싶은 쪽으로 남자들의 시선이 자꾸 모이는 걸 나는 약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내 취향인 사람이 없기도 했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리의 공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언니의 나이가 밝혀지고 난 다음부터였다. 자기들보다 다섯 살은 어린 사람과 앉아 있으면서, 스물하나짜리에게 나이가 많다고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누나 소리를 일부러 붙였다가 금방 거두고, 언니가 난처해하면 그걸 또 받아서 저희끼리 웃었다. 마치 자기들이 무척 유쾌하고 친근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제일 정교하고 묘했던 건 그다음이었다. 정색하면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게끔, 농담의 형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 웃으면서 하는 말에는 화를 낼 자리가 마련되지 않는다.
언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는 전부 그렇게 하도록 길러진 사람들이었다.
너무 피곤하다고 생각하며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파했다. 내가 통금 시간에 아주 여유 있게 귀가할 수 있을 만큼 일찍.
며칠 뒤부터 이야기가 들려왔다. 상대 쪽 모두가 언니에게 따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고.
향수를 주겠다며 학교까지 찾아온 사람이 있어서 알게 됐다. 한두 명이 아니라 전부.
그 자리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선후배처럼 서로를 챙기던 사람들이었다. 형, 형 하면서.
나는 그 장면이 꽤 오래 어이없이 웃겼다. 웃기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웃겼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마음에 들고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에게 왜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걸까. 나이가 많다고, 그래서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마치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것만 같은 얼굴로.
한참 뒤에야 후려치기라는 말을 알게 됐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도 그즈음 알았다. 단어가 생기고 나서야 그날의 이상했던 공기가 납득되었다.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그게 농담의 모양을 하고 있었는지가.
이름이 붙기 전까지 그건 그냥 떠올리면 피곤한 자리였다.
지난 이야기에서 나는 손목과 소리와 규칙 같은 것들로 무언가를 배웠다고 썼다. 그날 밤에는 적어도 벌어진 일이 눈에 보였다. 나쁘다고 바로 말할 수 있었고, 멍은 며칠이면 사라지지만 적어도 모두가 그것이 있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리도 자국도 없었다. 아무도 울지 않았고 아무도 싸우지 않았으며, 다들 웃으면서 헤어졌다. 그 자리에 존재했는지조차 증명할 수 없는 종류의 폭력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을 믿는 일에 조건이 붙기 시작한 게.